‘우리는 기다린다. 재기하는 그날까지’ 부슬비가 내린 14일 잠실구장 외야 관중석에는 대형 현수막 한 폭이 나부꼈고 1루쪽 LG 관중석에는 62번을 아로새긴 노란 손수건 3,000장이 펄럭였다.14일 잠실에서 열린 LG와 SK의 경기는 승패보다 LG 서용빈(31)의 일거수 일투족에 시선이 집중됐다. 서용빈이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출장하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LG에 2차 마지막 순번으로 지명됐던 무명 서용빈은 입단 첫해인 94년 신인 최초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고 유지현, 김재현과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팀 우승을 견인한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에도 서용빈은 메이저리그급 1루 수비와 정교한 타격 솜씨로 LG의 간판스타로 활약했지만 잇단 불운이 그를 기다렸다. 98년부터 교통사고와 병역비리 파동을 겪으며 여러 번 재판정에 선 끝에 2년 만인 2000년 시즌에야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
올 시즌에는 LG의 주장을 맡아 팀이 상승세를 타는데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서용빈은 재신검을 요청하는 행정소송에서 패소하고 올 아시안게임 대표 명단에서도 탈락, 19일 입대함으로써 팬들과 당분간 헤어지게 됐다.
비가 오는데도 잠실에는 1만159명의 팬들이 입장해 28개월 후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그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서용빈은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지만 2회와 5회 멋진 수비로 마지막 투혼을 발휘했다.
LG가 SK를 4_1로 꺾고 6연승의 휘파람을 불며 3위 자리를 고수했다. 4회초 2사1루에서 채종범에게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준 LG는 4회말 마르티네스의 좌월 솔로포로 동점을 만들었고 5회 유지현의 적시타와 6, 8회 이병규의 적시타로 1점씩을 더 보태 승리를 굳혔다. 유지현은 7회 2루타로 사상 28번째로 1,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수원경기에서는 현대가 두산을 17_3으로 대파하고 4위 자리를 지켰다. 두산은 4연패에 빠졌다. 현대의 심정수는 시즌 31호 홈런을 뽑아내 이승엽(삼성ㆍ33개)을 2개 차로 추격하며 홈런 더비 단독 2위로 뛰어올랐다.
현대는 7회말 11타자가 연속득점하며 삼성이 88년5월28일 태평양전에서 세웠던 연속타자 득점 타이기록을 세웠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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