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타이틀 같은 영화사가 됐으면 좋겠다.” ‘공동경비구역 JSA’ ‘해피 엔드’를 제작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워킹 타이틀 영화사를 가장 부러운 영화사로 꼽았다.코엔 형제의 ‘바톤 핑크’, ‘파고’, ‘허드서커 대리인’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같은 작가주의 영화, ‘데드 맨 워킹’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처럼 다양한 소재를 영화로 만드는 영화사. 영화사 색깔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면 ‘네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나 ‘노팅 힐’ ‘빌리 엘리어트’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만든 영화사라면 이해가 될까.
뉴질랜드 출신의 팀 비번(44)과 영국인 에릭 펠너(42)가 공동회장으로 있는 이 영화사는 “할리우드처럼 터무니없는 영화를 만들지 않고도 ‘영국과 블록버스터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멋지게 조화한 영화사’(경제전문 ‘비즈니스 위크)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켄 로치의 암울한 정치 영화나 대니 보일이나 가이 리치의 화려한 MTV식 영화를 빼고 영국적 정서를 살린 드라마로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영화는 대부분 워킹 타이틀이 제작한 것이다. ‘네번…’ ‘노팅힐’ ‘브리짓…’ 등 휴 그랜트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의 잇단 성공으로 두 사람이 회장으로 취임한 10년간 벌어들인 돈은 무려 15억달러(1조8,000억원).
99년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투자배급 계약을 체결, 앉아서 전세계에 배급망을 갖게 됐다. ‘노팅힐’이 4,200만달러(이중 상당수는 줄리아 로버츠 출연료)가 든데 반해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2,600만달러, ‘빌리 엘리어트’는 500만달러의 제작비로 전세계에서 투자금액의 10배 이상의 수익을 뽑았다.
비결은 웃음과 로맨틱의 결합. 휴 그랜트를 앞세운 로맨스 영화는 기본이고, 여기에 다양한 문화코드를 넣는다. ‘노팅힐’의 히피 백수, ‘어바웃 어 보이’의 채식주의자 같은 독특한 설정은 고급스런 웃음을 만든다.
이미 검증된 베스트셀러를 영화하고, 사운드트랙 음반을 함께 발매함으로써 관객 유인과 또 다른 수익 창출도 영화사의 비법 중의 하나. 할리우드에 비해 저예산이므로 대충 대중과 타협하는 뻔한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지 않는 것도 워킹 타이틀의 성공 비결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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