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 2위의 외국계 증권사인 UBS워버그증권과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보고서를 사전 유출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적 기관경고 등의 제재를 받았다.외국계증권사가 금감원으로부터 기관 및 임직원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 김재찬(金在燦) 증권검사국장은 13일 “UBS워버그증권이 5월10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강력매수(Strong Buy)’에서 ‘보유(Hold)’로 2단계 하향조정하는 보고서를 공개하기에 앞서 내부 영업직원과 특정투자자들에게 이를 사전 유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기관경고와 함께 리처드 사뮤엘슨 전지점장과 직원1명에게 각각 문책경고와 정직조치를 내리는 등 워버그 임직원 53명중 15명에 대해서도 제재조치했다.
조사결과 워버그증권은 올들어 5월말까지 삼성전자를 포함해 하이닉스반도체, 국민은행 등 11개 종목의 분석보고서 주요내용을 공식발표 전에 영업직원과 고객들에게 유출, 일반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LG전자 등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비슷한 방법으로 발표 전에 유출한 메릴린치증권에 대해서도 주의적 경고조치를 내렸다.
워버그증권은 이밖에도 외국인 고객 등의 주문정보(종목명, 순매수ㆍ도 수량)를 전화, 메신저를 이용해 36개 외국인 고객과 21개 국내 고객들에게 미리 제공한 점이 적발됐으며, 한 직원은 외국인 고객의 주문정보를 이용해 현대자동차 등 7개 종목을 미리 사고파는 선행매매 (Front-running)한 사실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하지만 워버그증권이 문제가 된 삼성전자 보고서 유출을 통해 자기자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매한 혐의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16일 정례회의를 열어 금감원의 이번 검사결과를 토대로 제재수위를 확정키로 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 같은 보고서 유출이 다른 증권사에서도 널리 행해졌을 것으로 보고 9개 외국계 증권사를 포함한 23개 국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