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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2.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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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 리조트에서 만나는 서양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제각각입니다. 우선 선탠의자에 누워 몇 시간이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한껏 물놀이를 하기에도 아쉬울 시간에 말이지요. 우스갯소리로 ‘도대체 집에서 책을 얼마나 안 읽었길래…’ 라는 말이 나올 법 합니다.발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배가 나온 아저씨도, ‘풍만하다’는 단어로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거구의 아줌마도 주저없이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를 즐깁니다. 연인들은 선탠오일을 발라주고 다정스런 포즈를 취하며 거리낌없이 사랑을 표현합니다.

누가 어떤 모양새로 무엇을 하든, 절대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기만의 방식으로, 남에게 해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휴식을 즐길 뿐입니다.

동남아에서 일하는 가이드들에게는 독특한 ‘한국인 식별법’이 있답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남 쉬는 것 구경하는 사람, 짙은 화장에 큰 모자를 쓰거나 반바지를 입고 물에 들어가는 사람은 백이면 백 한국인이랍니다.

남국의 태양을 맞으러 왔으면서도 행여 얼굴이 탈까봐 시간만 나면 화장을 고치고 덧바릅니다. 볼거리가 천지인 외국에서도 기껏 프랑스 아줌마, 독일 아저씨 구경에 만족하기 일쑤랍니다. 제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 더운날, 챙 넓은 모자를 쓰고 긴팔옷까지 입고 남들 노는 데 사진기를 들이댔으니까요.

화장을 하든, 남들을 기웃거리든 각자의 취향이겠지요. 그것 또한 우리만의 독특한 관광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보다는 유럽인들의 휴식이 더 편안하고 넉넉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타인에 대해, 그리고 타인의 시선에 대해 과도하게 의식하며 안락한 여가를 스스로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씁쓰레해집니다. 아직까지는 누리고 즐기는 데 익숙치 못해서일까요.

양은경기자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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