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사회' 가을호 게재죽음의 예감 짙게 배어나 생전에 시 발표한 적 없어
6월 15일 사망한 작가 채영주(1962~2002ㆍ사진)의 유고시 6편이 문학과지성사가 내는 계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게재됐다.
소설가인 그는 생전에 단 한 편의 시도 발표한 적이 없고, 지인들도 그가 시를 썼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채영주가 세상을 떠난 뒤 가족들이 원고를 정리하다가 시 작품을 발견해, 유고집을 준비중인 출판사로 가져왔다고 채호기 문학과지성사 사장이 전했다.
그가 남긴 시 중 한 편은 제목이 없어 출판사에서 임의로 ‘무제’라는 제목을 달았다. 시가 언제 쓰여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죽음의 예감이 짙게 깔려 있어 최근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평론가들의 추측이다.
실제로 시들은 대부분 어둡고 쓸쓸하다. ‘끊어지다’ ‘떨어지다’는 시어가 적지 않게 사용된다. ‘너의 노래’의 몇 구절. ‘너의 노래는 인적이 끊긴 곳으로 나를 데려간다…너의 긴 손가락들도 끊어져 눈처럼 녹아 흘러갔다. 너의 노래는 孤兒(고아)가 되어간다.’
이밖에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그리고 이것이 최후의 조난 신호였다’(‘그 배는 조난신호를 보내오지 않았다’에서)라든가 ‘머리를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떨어진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를 때마다 사람들이 떨어진다’(‘고개를 숙일 때마다 안경이 떨어진다’에서)는 시구에서 그에게 다가온 사자(死者)가 강하게 감지된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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