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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원시림과 열대바다…둘 다 즐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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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원시림과 열대바다…둘 다 즐겨볼까

입력
2002.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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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한 원시림과 동남아 최고봉 키나발루산의 웅장한 숨결, 그리고 남국의 바다까지.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의 코타키나발루 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해안리조트 일변도의 동남아시아 관광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에게 이곳은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대안이다.날씨가 좋은 날,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보르네오섬 북단 사바주의 소도시 코타키나발루에 들어서면 멀찌감치서 보이는 희끗한 산머리가 있다. 해발 4,101m로 동남아에서 가장 높은 키나발루 산이다. ‘코타’는 말레이시아 어로 ‘시’(市)라는 뜻이다. 현지인들에게는 ‘죽은 자들을 위한 영혼의 안식처’라 불리는 영산(靈山)이다.

산은 함부로 몸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아무리 날씨가 맑아도 꼭 구름 한 자락씩은 걸쳐 있다. 푸른 천에 흰 물감을 쏟아 놓은 듯, 몽환적인 구름의 모양새마저 보통 산과는 확연히 다르다. 150만년 전 화강암이 지표를 뚫고 솟아올라 생긴 이 산은 지금도 지각변동 때문에 1년에 5㎜씩 자란다고 한다.

잡힐 듯 보이지만 해발 1,558m의 키나발루 공원까지만 해도 버스로 두 시간, 완전히 오르려면 적어도 이틀은 잡아야 한다. 하지만 구름의 모양새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산봉우리를 보고 있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도로변 좌판에서 한 뭉치에 우리 돈으로 500원 남짓 하는 몽키바나나를 사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중턱에 이르면 희끗희끗한 만년설이 서린 산의 주름살 하나하나까지 보인다. 흰 붓으로 거칠게 내려 그은 듯한 폭포도 있다. 영산(靈山)이 뿜어내는 한기가 느껴져 반팔옷으로는 소름이 돋는다. 정상까지는 암반이 습하고 미끄러워 제대로 된 등산장비를 갖추고 올라가야 한다.

일반 관광객을 위해 간략하게나마 원시림을 체험할 수 있는 1㎞ 남짓한 산책로도 있다. 두터운 이끼와 거미줄처럼 칭칭 얽힌 나무 줄기가 열대우림의 정취를 전한다. 아찔한 구름다리에서 잘 보존된 원시 생태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자연보호를 위해 벌채를 일절 금지하고 있다.

공원에서 10여분 거리의 군다상 마을은 2차대전 때 일본군이 2만여명의 현지인 포로들을 학살한 곳이다. 아픈 역사를 덤덤히 묻고, 좌판에서 고랭지채소를 팔며 생계를 꾸리는 산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다.

아무리 다양한 볼거리를 찾더라도 맑고 청명한 바닷물이 없는 동남아 여행은 뭔가 허전하다. 아기자기한 섬들을 둘러보는 호핑투어, 산호사 해안에서의 느긋한 휴식도 코타키나발루의 한 축이다.

사피, 마누칸 등 다섯 개의 섬이 있는 퉁구 압둘 라만 해양공원은 코타키나발루 앞바다에서 모터보트로 20분 남짓이면 도달할 수 있다. 열 명 가량 탈 수 있는 작은 배가 고물차로 거친 시골길 달리듯 심하게 흔들리며 물을 가른다.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다. 뱃전을 꼭 붙잡고 물결의 리듬에 맞추며 발로 파도를 탄다. 옆으로 손을 뻗으면 남지나해의 거센 물결이 얼얼할 정도로 세게 달려든다. 한껏 태양 빛을 받아 온천수처럼 따뜻하다.

태양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물빛이 변하는 투명한 바다에서는 스노클링을 하지 않아도 멸치떼 같은 열대어의 유영이 보인다. 조개껍질 대신 고사리손 같은 새하얀 산호조각이 잔뜩 쌓여 있는 해안….

고운 모래에는 바람의 흔적까지 잔잔한 물결모양으로 찍힌다. 밤바다가 더욱 매력적이다. 리조트의 조명시설이 어스름히 비추면 하얀 백사장이 창백하게 빛난다.

그 때문에 밤바다빛은 더욱 칠흑같다. 해저에 거대한 자력(磁力)이 숨어 있는 듯, 보는 이를 끌어당긴다. 잔잔한 파도가 만들어낸 두세 결의 희고 고운 레이스가 별이 총총히 박힌 하늘과 검은 바다를 가른다.

맑은 공기기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장관. 저무는 해가 두터운 구름 뒤에 숨어 만들어내는 구름의 장엄한 그림자다. 그 틈새로 생명을 다한 해가 찬란한 빛을 뿜으며 스러져간다. 놓치지 말아야 할 황홀한 일몰이다.

■코타키나발루 여행법

쿠알라룸푸르, 랑카위섬에 이어 말레이시아 차세대 관광지로 주목받는 보르네오섬 사바 주의 코타키나발루 지역은 4~8° 의 저위도이지만 최고기온이 30° 내외이기 때문에 매우 쾌적하다. 태풍의 발생지점이라 정작 태풍피해로부터는 안전하다.

거리가 깨끗하고, 밤에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치안상태도 좋다. 최근에는 한국어 간판도 심심찮게 보인다. 사바 주 정부에서 한국인들과 함께 건립한 코타키나발루 산업공단(KKIP)에 우리 중소기업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에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 30분에 코타키나발루로 직항하는 전세기를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5시간.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현대드림투어(02-3702-2233), 모두투어(02-771-8696), 하나투어(02-2127-1000)가 공동으로 판매하는 4박 5일 패키지상품(89만 9,000원~94만 9,000원)은 이 전세기를 이용한다. 쿠알라룸푸르를 거친다면 국내선을 타고 2시간 30분가량 더 가야 한다.

서쪽 해안에 넥서스, 수트라하버, 샹그릴라 탄중아루ㆍ라사리아 등 1박에 400링기트(1링기트=360원, 1달러=3.5링기트)이상 하는 최고급 리조트가 있다.

넥서스는 유럽풍의 우아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수트라하버는 27홀의 골프코스와 요트클럽을 자랑하며 샹그릴라 라사리아는 밤바다를 즐길 수 있는 조명시설이 잘 되어 있다.

■희귀한 동식물의 천국

사바 주에는 유독 북미나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다. 희귀한 동식물과 원시에 가까운 자연을 즐기기 위해서다. 운이 좋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인 ‘라플레시아’도 만날 수 있다.

키나발루 산에서 북쪽으로 40㎞정도 떨어진 포링 온천에 있는 이 꽃은 지름이 1m다. 키나발루 산은 높이에 따라 풀과 나무가 달라진다. 1,000m에서는 각종 이끼류와 난초, 2,000m에서는 야생 나무딸기와 자홍노랑빛 철쭉, 3,000m에서는 벌레잡이 통풀과 차나무 등이 자란다.

코타키나발루 공항에서 서쪽 해안으로 가는 길에는 영화 007시리즈를 찍었던 열대우림이 있다. 바닷물 위로 울창하게 뒤엉켜 자라난 ‘망그로브’라는 나무는 소금물을 먹고 자란다. 기력이 쇠한 잎에는 뒷면에 소금이 새하얗게 엉겨붙는다. 그 무게를 못 이기고 얼마 못 가 낙엽이 될 잎이다.

서부의 코타키나발루 지역이 이제 막 한국에 알려졌다면, 동북부의 사다칸은 생태관광을 즐기는 유럽인들이 본격적으로 눈독을 들이는 지역이다. 이곳 세필록에는 세계 최대의 오랑우탄 보호 구역이 있다. 놀라지도 않고 천진스럽게 관광객들을 쳐다보는 붉은 원숭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한다. 질병감염을 막기 위해 만지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북쪽으로 40㎞ 떨어진 술루 해의 해양공원에서는 거대한 초록 거북이가 밤에 어슬렁거리며 해변에 올라와 100개가 넘는 알을 낳는 진기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사바에서 가장 킨 키나바타간 강 하류 지역은 보르네오 야생동물의 집결지로서 붉은 은잎원숭이, 코끼리, 사향고양이와 수달, 긴코원숭이 등이 서식한다.

코타키나발루=글ㆍ사진 양은경기자key@hankook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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