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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강남炳엔 강남식 藥을

입력
2002.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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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이 또 세간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연초부터 한 달이 멀다 하고 발표되고 있는 집값 안정대책이 이번에는 아예 ‘강남지역 재건축 대상 아파트’로, 그 표적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 가격 폭등은 향후 재건축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한다.그러나 용적률을 하향조정 받은 단지들도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매수를 희망하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없어 안달이다. 일선 중계업소에 의하면 투자가치를 막론하고 부동산 투자자들은 강남지역 물건이 아니면 꺼려 한다고 한다.

거기다 이사철만 되면 자녀들의 교육환경을 위해 강남 이주를 시도하는 사람들의 매물 문의가 쇄도한다고 한다. 강남의 무슨 교육환경이 그렇게 좋으냐고 반문하겠지만 중·고등 학생을 둔 학부모들 치고 한 번쯤 ‘강남행’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저 능력이 안 될 뿐이다. 그 만큼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 지역에 대한 인지도는 꽤 높다.

결국 투기세력이란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다면 강남지역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가 교육문제 때문일까? 강남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02년)를 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강남지역 거주자들이 이 지역으로 이사하게 된 데에는 교육 여건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정작 강남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자녀들의 교육기간이 다 끝난 가구들의 비중이 높다. 평균 거주기간도 타 지역에 비해 길다.

아마 이런 거주 관성은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습성일 것이다. 자기가 정 붙이고 살던 지역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일은 누구나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거주 관성은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강남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다. 생활편익시설도 많고 교통도 서울 시내 어디로든 접근이 양호하다. 그렇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정부가 내놓은 안정대책의 약발이 일시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강남지역의 대체지 개발이 근본적인 해결책의 하나로 제기되고 있다. 판교지역과 서울공항 자리가 후보지로 대두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개발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개발하느냐는 것이다. 지난 날 수도권 신도시 입주가 이루어지던 시기에 강남 집값의 신화는 무너지는 듯 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압구정동의 아파트 가격이 2년 반 동안 21%나 하락한 데에는 신도시 덕이 컸다. 그러나 신도시 입주 10년이 지난 지금 서울로 유(U)턴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강남은 다시 집값 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결국 신도시 약효는 십 년 만에 그 효험이 다한 것이다.

이제 양적인 주택공급으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던 시대는 지나갔다. 계층별 수요자들의 수요패턴과 수요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면 여전히 특정 지역으로의 수요가 집중하고 강남지역의 가격 폭등과 같은 현상이 되풀이할 뿐이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주택, 교육 및 생활환경을 고루 갖추지 못한 신도시 개발은 영영 ‘반쪽짜리’ 밖에 될 수 없다. 수요자들이 강남에 무언가를 찾아 모여드는 것처럼 앞으로의 신도시에도 무언가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

거기에는 특목고나 사설학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원활한 교통환경과 생활편익시설, 친환경적인 주거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반시설의 설치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것은 결국 정부의 몫이기도 하다.

우리는 신도시 개발의 효과도 보았고 그것이 갖는 한계와 부작용도 경험하였다. 따라서 강남지역의 수요 분산이라는 새로운 명제 앞에 던져진 21세기의 신도시 개발은 그렇게 뭔가 특별한 강남의 매력을 재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도시계획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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