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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따뜻한 민생총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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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따뜻한 민생총리가 필요하다

입력
2002.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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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환 총리서리의 임명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장 서리는 탁월한 국제감각을 가진 젊은 경영자로서 국정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경제 재도약에 불을 당길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반면 장 서리는 젊음을 내세운 새로운 총리의 실험 대상으로 행정경험이 없어 국정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들에 대해 정작 국민들은 비교적 냉담하다.

6개월도 안 남은 정권 말기에 그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총리서리제의 위법 여부를 놓고 벌이는 정치권의 맹목적 싸움에 짜증만 난다는 반응이다.

그 동안 국민의 평안과 나라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총리의 기능이 유명무실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누가 총리가 되건 국민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지난번 인사청문회에서 장상 총리서리는 사회지도층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회위화감을 고조시켰다. 총리가 되겠다는 대학총장이 주소를 세 번이나 위장으로 옮기며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은 우리사회 지도자들의 부도덕성을 대표적으로 나타냈다.

아들의 국적을 4살 때 포기하고 병역을 회피한 것은 지도층일수록 의무가 크다는 사회규범을 부정하고 다른 사람들의 희생에 편승하는 이기주의의 단면을 보인 것이다.

일반인들이 잘 모를 것으로 판단하여 학력을 의도적으로 오기한 것은 자기 과시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지성인의 허구성을 드러낸 것이다.

더욱 문제는 그의 정직성과 진실성이다. 위장 전입과 부동산 투기 문제는 지병을 갖고 있는 시어머니에게 책임을 떠 넘겼다. 또 학력 오기는 비서가 대신 서명을 했다고 둘러댔다가 자신이 했다고 정정을 했다. 이런 문제점을 드러내며 그는 헌정 사상 첫 여성총리라는 신선한 기대를 수렁에 묻었다.

새롭게 열릴 장대환 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장상 청문회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이상으로 철저하게 치루어야 한다. 새로 임명된 장대환 서리는 장상 서리와 어떻게 다른가?

또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덕망과 능력을 가졌는가? 이에 대해 엄격한 평가를 내려 총리의 위상을 되찾고, 임기와 관련 없이 제 역할을 하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어떤 총리가 필요한가? 이번 총리는 무엇보다도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혼란을 바로잡고 불안과 고통에 찢긴 서민들을 따뜻하게 감싸는 민생총리가 되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후유증으로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20대와 50대 실업자들의 고통은 한계상황을 넘었다. 소득격차는 빈부간에 분단선을 긋고 서민들의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있다. 날로 거센 개방 압력에 농촌경제는 절망상태에 가깝다. 해외 투기자본의 범람으로 순수 우리 기업들은 질식 위기에 처했다.

맹목적 과소비와 고액과외가 판을 치고있는 반면 공교육 붕괴와 소외감으로 미래를 잃은 가난한 젊은이들이 허다하다. 결국 이 모든 아픔을 가슴으로 느끼고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며 희망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총리가 필요하다.

탁월한 국제감각, 역동적인 리더십, 비전을 가진 최고경영자, 뛰어난 추진력 등의 수식어는 한마디로 국민들에게 사치스러운 정치 용어일 뿐이다.

언제나 국민 곁에서 함께 고통을 나누며 불의에 의연히 맞서고 답답한 곳을 시원하게 뚫어가는 마음의 총리, 그런 총리를 국민들은 갈망하고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장대환 서리는 과연 그런 총리감이 되는지 국회의원들의 진솔한 확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이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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