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경북 지역 구전민요들이 음반으로 되살아났다. 신나라뮤직이 내놓은 ‘경상북도 구전민요의 세계’(CD 9장 1세트)다.이 음반은 국문학자 조동일(62ㆍ사진) 서울대 교수가 1967년부터 1972년까지 안동 영양 청송 영천 성주 봉화 등지와 태백산맥 일대에서 채록한 것으로 제작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프랑스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 문학에 심취한 불문학도였다.
그런 그가 민요에 관심을 돌린 것은 학문적 주체성과 참된 자아를 찾아 나선 결과였다. 민요를 채록하면서 그는 자신의 학문적 과제를 새롭게 깨닫게 된다. 그 결실로 나온 ‘서사민요연구’(1971)는 한국 민요 연구의 초석이 되는 중요한 저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음반에는 ‘토연 토연 김토연아’ ‘한 살 먹어 어마 죽고’ ‘생금생금 생가락지’ 등 경북 지역에만 존재하는 서사민요가 다수 포함돼 있어 특별한 가치가 있다.
또 ‘베틀노래’ ‘삼 삼는 소리’ ‘줌치 노래’ ‘물레 소리’ 등 시골 아낙과 할머니들이 부르던 노래가 많다.
연구자들에게는 더없이 귀한 자료가 될 이 음반의 매력 중 하나는 사투리가 살아있는 노래의 구수한 맛이다. 시집살이 구박을 못견뎌 친정을 찾아간 여인이 박대받고 설워하는 내용의 ‘시집살이 노래’를 보자.
“아부지여 우에 그크르 날 모리니껴/ 어무니도 우에 그크르 날 모리니껴/ …오도가도 못해서/ 저집구석 잘라카이/ 우다꿍으로 나가니/ 어른들 말씀 받아서야/ 중이니께 절로 간다/ 조대사가 조리 간다”
상업적인 유행가만 판치는 오늘, 삶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들 구전민요는 투박하지만 정겹게 다가온다. 불현듯 그 노래들이 그리워진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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