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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韓·泰·홍콩 첫 합작영화 쓰리…3色 공포 느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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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韓·泰·홍콩 첫 합작영화 쓰리…3色 공포 느껴볼래?

입력
2002.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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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쓰리’는 아시아 최초의 3개국 합작 프로젝트 영화. 2000년 오정완(한국) 유앙카몰 림차로엔(태국) 조조 휘(홍콩) 등 3개국의 여성 프로듀서가 의기투합, 호러 영화 프로젝트를 결정했다.제작, 투자 배급은 각국이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3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비율대로 나눠 갖는다.

순제작비는 ‘메모리즈’가 7억원, ‘고잉 홈’이 10억원, ‘휠’이 3억원. 합작 영화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 영화를 ‘한국 영화’로 규정했다.

태국에서는 지난달 개봉, 역대 흥행 3위를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고, 홍콩에서는 15일, 한국에서는 23일 개봉한다.

■‘메모리즈’(Memories)

아내가 사라졌다. 남편(정보석)은 아내(김혜수)가 사라진 후 아내에 관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정신질환 ‘분리장애’를 겪는다. 길가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듯한 아내가 깨어난다.

여자 역시 아무 기억이 없다. 걸리지 않는 전화, 공포스런 택시 기사, 천정에서 쏟아지는 손가락 더미. 아,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꿈의 신도시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

아내를 살해한 자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억을 조작하는 남편과 훼손된 자신의 기억을 살리려는 아내를 통해 기억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에서 발랄한 상상력을 보여주었던 감독은 효과음이나 비주얼의 충격 같은 장르의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매우 ‘건조한’ 호러물을 만들어냈다.

신기루 같은 신도시에 뿌리내린 허무한 중산층의 꿈. 도입부 예상을 깨는 긴 시간의 침묵까지 감독이 처음 도전한 호러는 매우 고급스럽다.

김지운 감독 “화창한 날에 자살률이 높다는 통계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푸른 하늘’에 대한 일종의 박탈감을 신도시 중산층 부부의 삶을 통해 표현하려 했다. 신도시는 ‘건조한 호러’ 영화를 만들기 위한 매우 좋은 배경이 됐다. 이런 공간에서라면 사람이 아니라 아마 귀신도 공포감을 느낄 것이다. ‘이번 영화도 웃기냐’라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물론 아니다. 그러나 전작 역시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해법을 찾는다는 점에서는 이 영화와 비슷하다. 차기작 ‘장화홍련’에서는 이번에 절제한 호러 기법을 더욱 충실히 펼쳐 볼 생각이다.”

■‘고잉 홈’(going Home)

홍콩 경찰 천(증지위)은 아들 청을 데리고 철거 직전의 아파트로 이사를 온다.

유일한 이웃은 병든 아내와 사는 한의사 위(여명). 어느날 아들 청이 사라지고, 천은 위의 집으로 잠입하지만 곧 감금되고 만다.

그가 목격한 것은 죽은 아내와 말을 나누는 정신병자. 위는 “아내가 3일만 있으면 깨어날 것”이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마침내 3일이 흐르고, 아내의 손가락이 미동하기 시작하지만….

‘고잉 홈’은 멜로와 사이코 스릴러, 호러의 묘미를 갖춘 매우 독특한 영화이다.

사랑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순간, 그것은 판타지의 영역을 넘어 마침내 호러로 발전하는 느낌을 준다.

위가 고향인 중국 본토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결말은 홍콩인의 정신적 공황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로맨틱한 설정과 비밀이 다층의 구조를 이루어 ‘상업적 호러’의 전범이 될 만한 영화로 ‘쓰리’의 세 작품 중 가장 대중적 지지도가 높을 작품이다.

진가신 감독 “영화를 만들면서 내 스스로 ‘참 안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무서운 영화 만드는 재주가 별로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당초 의도는 공포영화, 사이코영화, 러브스토리의 3단계로 진전되는 영화를 만들어보려는 것이었다. 나는 로맨티스트이자 리얼리스트이다. 이번 영화도 ‘사랑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지만, 남편이 죽고 난 후 아내가 깨어나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스스로 낭만적 취향을 경계하는 셈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게 영화에서 힌트를 주는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

■휠 (Wheel)

궁중 연희에 쓰이는 꼭두각시 인형을 소유하고 있는 인형극 장인 타오. 그는 민간인이 소유해서는 안되는 인형을 비밀스럽게 소유하고 있다가 불에 타 죽고 만다. 그 틈을 타 타오의 인형을 훔친 통은 인형극으로 돈을 벌려고 생각한다.

타오의 수제자인 간(수위니트 판자마와트)은 인형의 저주에 대해 경고하지만 통은 끝끝내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 통의 딸은 귀신에 홀리고, 아내는 목을 매 자살한다.

태국 전통의 꼭두각시극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다룬다.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듯,붉은 색을 주로 사용한 화면은 본능, 탐욕의 세계에 깊숙이 카메라를 들이대려는 감독의 욕망을 반영한다.

‘낭낙’ ‘잔다라’로 태국 최고의 인기감독으로 부상한 감독의 작품이지만 수준은 ‘평작’.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 “태국 속담 중에 한국의 ‘인과응보’에 해당하는 속담이 있다. 여기에 수레바퀴라는 말이 들어간다. 타오와 통은 모두 인간의 업보를 답습한다. ‘잔다라’에서도 그랬지만 인간의 욕망이 만드는 비극을 그려보려 했다. 그것은 어쩌면 시대는 다르지만 욕망으로 가득 찬 지금의 태국의 현실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휠’에서 여자 아이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아이들이란 영혼이 순수하므로 그만큼 악마적 세계의 유혹을 쉽게 받아들이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들은 천국과 지옥의 매개자가 될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내가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무서운 영화를 만드는 일은 꽤 힘들다. 인간 본연의 심리를 다룬 무서운 영화를 한 번 더 기대해 달라.”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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