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주관하는 국제 농업협상에서 모든 농산물의 관세 상한을 설정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한국 농업이 쌀에 이어 또 한번의 시련이 예상된다.이 방식이 채택되면 그간 고율관세로 간신히 버텨 온 곡물 양념채소 등 국내 농산물 시장이 무차별적으로 수입농산물 공세에 노출될 전망이다.
11일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 달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 시장접근분야 세부원칙 협상에서 미국이 ‘농산물 관세 상한제’ 도입을 공식 제안했다.
미국의 제안은 모든 농산물의 평균관세율만 규제했던 우루과이라운드(UR) 방식을 버리고, 모든 품목의 관세 상한선(미국 주장 25%)을 두자는 주장으로, 이른 바 ‘스위스공식’ 원칙에 근거한 것이다.
스위스 공식이란 농산물 수입국들이 중요한 농산물의 경우 다른 품목보다 높은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허용하는 UR방식과 달리, 중요한(고관세) 품목 관세는 많이 내리고, 덜 중요한(저관세) 품목은 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산물 평균 관세율은 64% 수준이지만 고추 참깨 대두 등 주요 곡물과 양념채소 125종이 100% 이상의 고율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농림부 이명수(李銘洙) 국제농업국장은 “미국이 케언즈그룹 보다도 훨씬 강하게 스위스 공식을 지지하고 나섬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입국의 협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농업 전문가들은 미국안이 원안대로 채택되지는 않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스위스공식에 기초한 고관세 품목 규제장치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농업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DDA 농업협상은 내년 3월까지 스위스공식 채택여부를 포함, 세부적인 개방원칙을 도출한 뒤 2004년 말까지 양자회담을 벌여 최종 타결될 예정이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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