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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값 이상급등/주택정책 긴급점검] (4·끝)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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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값 이상급등/주택정책 긴급점검] (4·끝)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02.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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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무조사로 양도세를 추징하고 자금출처 조사를 한다지만 강남은 꿈쩍도 않을 겁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 있는데 가격이 떨어질 리가 있겠습니까.”(강남구 대치동 K공인중계사)정부가 1, 3월에 이어 올들어 세번째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가격급등의 진원지인 강남의 반응은 사업진행이 어려워진 일부 재건축단지를 제외하고는 무덤덤하다.

교육적 이유로, 또는 주거여건이나 투자 가치면에서 강남지역을 선호하는 수요가 항상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남 아파트의 주기적인 가격급등과 투기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속이나 제도변화 같은 임시처방이 아니라 수요 공급을 조절하는 근본적 처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공급은 없고 입주자는 상시대기

올해 상반기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지역에 새로 공급된 아파트는 모두 1,364가구로 서울 전체(2만2,659가구)의 6%에 불과하다.

서울 전역에 10만가구가 공급됐던 재작년과 지난해에도 강남ㆍ서초구 등 일명 ‘강남특구’엔 6,000 가구밖에 들어서지 못했다.

대규모 택지지구로 개발할 공간은 거의 없어 노후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건축사업 강화로 신규주택 공급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반해 수요는 언제나 넘쳐난다. 양재천을 따라 아래쪽으로 현대, 우성, 주공아파트 등이 길게 들어선 개포동. 양재대로를 건너면 대모산 자락의 넓은 숲이 펼쳐져 있고 양재천 변에는 체육시설이 즐비하다.

쾌적한 환경에다 개포중ㆍ고와 경기여고 등 특급 학군까지 몰려있다. 때문에 매 학기가 끝나는 7월과 12월에는 부동산 중개소에 매물을 구하는 문의가 쇄도한다.

그러나 의사, 변호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입주자가 대부분인데다 아파트 신축과 함께 들어온 ‘원주민’인 경우가 많아 실제 매물은 거의 없다.

G공인중개사 대표는 “학교문제로 외지에서 들어오려는 사람은 줄을 서 있지만 거래는 가뭄에 콩나듯 한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수요초과의 요인

90년대 이후 신규물량의 공급이 급감하면서 강남지역에는 낡은 아파트들이 늘어나고 일류대학 진학의 보증수표인 ‘8학군’도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는 것은 강남특구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재화’ 때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강남지역 주택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강남지역의 특별재화를 ▦우수한 교육환경 ▦풍부한 생활편의시설 ▦뛰어난 도심근접성 등으로 요약했다.

강남지역 거주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재의 거주지를 선택한 이유가 교육여건(35.9%), 생활편의시설(20.9%), 교통의 편리성(19.8%) 등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교육특구로서 강남의 위력은 최근의 ‘강남권 U턴현상’에서도 증명된다. 분당, 일산 등 수도권 5개 신도시에서 고교평준화가 실시되자 신도시로 빠져 나갔던 주민들이 강남권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

도곡동 D공인중계사 관계자는 “강남지역에 들어오려는 입주대기자의 절반은 자녀교육 문제로 이사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주거환경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검찰청, 예술의전당, 국립중앙도서관 등의 주요기관은 물론이고 고급 백화점과 쇼핑센터가 즐비한 데다 한강교량을 통해 도심과도 직결돼 있다.

부동산 뱅크 김용진 편집장은 “강남지역 거주자나 대기수요자는 모두 수 억원대 이상의 자산가들로 강남특구의 재화를 위한 지불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고 말했다.

▼초과수요 해결책은 없는가

강남지역의 초과수요는 교육, 교통, 환경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강남지역의 특별재화를 모두 갖춘 대체지역을 개발하자는 주장.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주택공급의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수요를 분산시키는 길 밖에 없다”며 “강남권 고소득층을 교외로 유인하기 위해 고급 주거여건을 갖춘 신도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판교 등 수도권 남부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해 만성적인 초과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대체지까지 특정했다.

교육제도의 개선은 가장 신속하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수단이다. 강남이외 지역에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하거나 강북 지역에 우수 학원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그러한 대안들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최근 강남U턴현상도 일관성없는 교육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학입시 등 교육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강남을 고집하는 수요자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4억아파트 재산세가 중형승용차세 4분의1

천정부지로 치솟는 강남지역 아파트값에 대해 느끼는 대다수 국민들의 이질감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세금 부과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지역의 시세 4억원짜리 아파트의 연간 재산세가 2,000㏄급 중형 승용차 연간 자동차세의 4분의1에 불과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따라 최근 강남 아파트 값을 급등시킨 부동산 투기를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세제를 보유과세 중심으로 개편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1일 건설교통부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시가 3억9,000만원 상당의 한 아파트에 부과되는 연간 재산세는 4만2,600원이며 부가세를 더해도 9만75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배기량별로 ㏄당 200원의 세액이 붙는 2,000㏄급 승용차의 자동차세는 연간 40만원. 1,700만원짜리 승용차 1대를 소유할 경우 내는 자동차세가 3억9,000만원짜리 아파트 1채의 재산세보다 4배 이상 많은 셈이다.

이는 재산세 부과기준이 되는 과세시가표준액이 부동산의 시세가 아닌 건축비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

현재 재산세는 건축비에 면적과 위치, 용도, 구조 등을 감안한 감가율을 적용해 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라 하더라도 오래된 아파트의 표준액이 적어 재산세가 적게 나온다. 재건축 대상이 되는 낡은 아파트의 경우 시가와의 괴리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환경 변화에 따른 주택세제 개편방안’ 보고서를 통해 “2000년 전체 지방세 중 부동산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0.3%로 거래세 비중(30.2%)의 3분의1 수준으로 집계됐다”며 “국세청 기준시가는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에 따른 수시 고시 등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 현실화되고 있지만 시ㆍ군ㆍ구 등에서 정하는 과세시가표준액은 시장가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반상회·부녀회 '거센 입김'

“O억원이하로는 절대 팔지 마세요.”

최근들어 아파트 반상회나 부녀회를 중심으로 만연하고 있는 아파트값 담합행위의 원조격은 단연 서울 강남권이라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일치된 지적이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반상회나 부녀회를 통해 ‘최저 가이드라인’을 설정한뒤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는다는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강남아파트 값은 중개업소가 아닌 반상회나 부녀회에 물어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정부가 9일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아파트값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자 일부 아파트에서는 벌써부터 반상회나 부녀회의 조직적인 가격 떠받치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정부 대책의 표적이 된 강남ㆍ송파ㆍ서초구 일대에서는 기존 아파트를 중심으로 반상회ㆍ부녀회 가격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 담합행위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급한 사정 때문에 아파트를 빨리 팔려고 싸게 내놓으면 바로 부녀회의 항의를 받기도 한다.

대치동 M부동산 대표는 “입주한 지 몇 달 안된 아파트가 급매물로 시세보다 500만원 싸게 나와 가격표를 매장 밖에 붙여놓은 적이 있는데 곧바로 아파트 부녀회원 몇 명이 찾아와 당장 가격표를 떼라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부녀회를 중심으로 부동산을 찾아다니며 가격을 점검할 뿐 아니라 언론에 좋지 않은 기사가 나면 항의를 하는 등 적극적인 관리에 나선다. 이러다 보니 중개업소도 부녀회의 눈치를 살피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도곡동의 P공인 관계자는 “최근 갑자기 오른 가격보다 3,000만원 정도 싼 가격에 계약을 성사시켰는데 주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쳐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계약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주민 모두를 ‘잠재적 투기꾼’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대치동 A아파트 주민 이모(43)씨는 “가격 담합이 나쁜 줄은 알지만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도 다 하는데 우리라고 빠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가격담합은 일종의 불법 독점판매행위로 명맥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부동산종합컨설팅업체 세중코리아 한광호투자실장은 “전국적인 아파트 시세표 등의 등장으로 아파트값이 해당 주민들에게 하나의 재산권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주민들의 담합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되면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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