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년째, 처음부터 따라붙던 ‘탤런트 김을동의 아들’ 혹은 ‘장군의 아들, 김두한의 손자’라는 수식어를 떼버릴 때가 된 것 같다.송일국(31)이 5일부터 방송하고 있는 KBS1 TV ‘인생화보’(극본 홍영희, 연출 이상우)에서 처음으로 연속극 주연을 맡았다. 1998년말 MBC 탤런트 공채27기로 연기의 길에 들어섰고 단막극인 ‘베스트극장’에서 주연을 한 적도 있으니 무명 혹은 조연의 세월을 오래 지낸 것은 아니다.
송일국은 ‘거침없는 사랑’에서 조민기를 좋아하는 오연수의 그림자만 바라보는 연기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스스로 “아직도 부족한 연기자”라고 말한다. 2001년 한 해 동안 아예 활동을 접었던 것도 연기자로서 좀 더 준비를 하기 위해서 였다.
“‘인생화보’를 통해서 그동안 보여준 나약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는 각오도 대단하다. 그가 맡은 형식은 야망이 크고 돈과 사랑을 위해서 라면 비열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
“악하지만 인간적으로 보면 측은하다.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형에게 콤플렉스를 느끼고, 사랑하는 여자 정림(김지연)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고통을 겪는다”며 “악역을 하기에는 이르다며 말리는 선배도 있었지만 욕을 먹을 각오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촬영일정표에는 장면별로 대사분량에 따라 그려넣어 별 표시가 빽빽하다. 역할이 커질수록 더욱 심해지는 대본 암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입증하는 증거다.
“‘골목안 사람들’에 출연할 때 대사를 대충 외우고 갔다가, 나 때문에 촬영이 5시간이나 지연된 적이 있다”고 아픈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 이후로는 촬영 전날이면 대사를 외우느라 엄청 긴장하게 됐다. 다른 선배연기자보다 적어도 서너 배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외할아버지 김두한의 일대기를 그리는 SBS ‘야인시대’도 욕심이 나는 드라마였다. “그런데 어머니(김을동)가 제3자로서 지켜보자고 하시더군요.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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