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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상트 페테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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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상트 페테르부르크

입력
2002.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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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을 맞아 백야(白夜)를 즐기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공사중이다. 내년이 정도(定都) 300주년으로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중이기 때문이다.곳곳이 파헤쳐 있고 에르미따주 박물관앞 궁정광장의 알레산드리아원주 등 도시의 상징물 상당수가 거푸집에 둘러싸여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손님을 맞은 시 관계자들은 사정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지만 자랑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헤어질 때 인사는 “내년에 꼭 오라”는 것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서구화를 의욕적으로 추진한 로마노프 왕조의 뾰뜨르(Peter) 대제에 의해 1703년 수도로 지정됐다.

뾰뜨르 대제는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유럽과 가장 가까운 곳에 옮기기로 하고 늪지대 투성이인 이곳에 공사를 강행했다. 혹자는 이 곳이 노예들의 엄청난 희생아래 세워졌다고 해서 ‘뼈의 도시’라고 부른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1917년 볼세비키혁명으로 로마노프 왕조가 무너질 때 까지 전성기를 구가한다.

■레닌의 볼세비키 정권이 수도를 모스크바로 옮긴 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레닌을 기려 레닌그라드로 이름을 바꾼다. 레닌그라드는 2차 세계대전 중 또 다시 유명세를 탄다.

독일 나치군에 의해 900일 동안 완전포위 되었지만 시민들은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희생되는 가운데에서도 도시를 지켜낸다. 쵸코파이 2개 분량의 빵조각으로 하루를 버텨내고 쥐가 남아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인육을 먹었다는 증언까지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소련이 붕괴되면서 레닌그라드로부터 옛 이름을 돌려 받는다.

■이 도시는 뾰뜨르 대제에 이어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강한 러시아’ 를 표방하며 국정을 확실히 장악해 나가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바로 이곳 출신이기 때문이다.

푸틴은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학을 나와 소련비밀경찰(KGB)에 들어갔고 이곳에서 부시장을 하기도 했다. 푸틴인맥의 핵심은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신들이다. 러시아에서 푸틴의 인기는 높다. 벌써부터 푸틴이 제2의 뾰뜨르 대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푸틴은 상트 폐테르부르크 정도 300주년 행사에 직접 참석하며 행사의 마지막 날이 바로 ‘푸틴의 날’이다.

이병규 논설위원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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