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을 매각할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헐값 논쟁’이 서울은행 매각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1조원에 인수함으로써 얻게 되는 법인세 감면효과가 서울은행 노조주장으론 1조3,000억원, 일반적으론 6,000억~1조원으로 추정돼 ‘거저 먹는 장사’라는 주장이다.이 같은 잡음은 무엇보다 입찰 전부터 “서울은행은 우량은행이 인수하는 게 낫다”며 사실상 하나은행의 손을 들어준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정부의 의중을 읽은 일부 후보는 자진해서 인수를 포기했고, 하나은행은 그만큼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입찰자인 론스타가 뒤늦게 제시한 ‘1,500억원 추가 제공’의 수용여부를 놓고 정부가 오락가락한 것도 헐값 시비를 우려해 눈치보기를 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입찰결과만을 놓고 볼 때 헐값 논쟁은 좀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우선 하나가 인수할 경우 법인세 감면혜택은 합병은행에 돌아가고 이는 순익증가→주주배당 및 주가상승→공적자금 회수 증가의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또 매각대금을 당장 현금으로 받으면 합병은행의 주식을 받는 것보다 증시침체 등에 따른 위험성은 줄겠지만, 합병은행의 공격적 영업이 가져올 배당과 주가차익의 기회는 포기하는 것이 된다.
통합 국민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줄었듯이 매년 합병은행 이익 10% 증가를 가정해 산출한 1조3,000억원의 법인세 감면도 불투명하다. 또 설령 법인세 감면규모가 아무리 크다 해도 입찰자들이 이에 못 미치는 가격을 써냈다면 그것이 ‘시장가격’인 것이다.
헐값논쟁에 매각이 지연돼 부실이 커지고 기업가치가 폭락한 사례는 대우차,한보철강 등에서 수차례 목격됐다. 매각의 통과의례인 헐값논쟁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남대희 경제부기자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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