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8일 밤 재보선 개표 결과 참패한 것으로 나타나자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당직자들은 “호남 외에서 한 두 석이라도 건졌어야 했는데, 최악의 결과를 맞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개표 중반까지 앞서가던 북제주에서도 막판에 근소한 차로 고배를 마시자 더욱 허탈한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비관적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한 듯 심기일전 의지를 다지면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5대 의혹 공세를 계속 펼쳤다. 각 계파는 신당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오후 6시 당사 7층 상황실에서 출구여론조사 방송을 지켜보다 “여기가 상황실이 아니고 고문실 같다”며 낙담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노 후보는 10여분 만에 자리를 뜨면서 “짧은 순간이지만 내가 자리를 떨치고 일어난 것은 언제나 그래 왔듯이 항상 운명에 도전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당초 이날 저녁 한화갑(韓和甲)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했으나 계획을 바꿔 재보선 패배와 신당 논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9일의 기자간담회 준비에 몰두했다.
한 대표는 노 후보와 함께 상황실에 앉아 있다가 출구 조사 결과가 나오자 “새로운 당으로 다시 시작할 것이며, 시작하면 중단 없이 앞으로 향해 달릴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한 대표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의 1당 독재를 분쇄하고 엄격한 잣대로 이회창 후보를 검증할 것”이라며“유신시대 회귀까진 아니더라도 한나라당이 검찰을 흔드는 등 오만 방자해졌다”고 공격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이회창 후보 5대 의혹을 계속 규명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직자들은 패인에 대해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때부터 제기한 부패정권 심판론이 여전히 먹혀 든 것 같다”며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일부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도 악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병역 공방이 1주일만 먼저 시작됐어도 수도권에서 몇 군데는 이겼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당내의 반(反) 노무현 세력은 영남지역 민주당 후보의 낮은 득표율까지 거론하며 “노 후보와 민주당 간판으로는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 다시 입증됐으므로 백지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노(親盧) 그룹측은 “비주류는 재보선 승리를 위해 얼마나 뛰었느냐”며 “재보선 패배를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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