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투자신탁운용 김영길(金榮吉ㆍ41) 주식운용3팀장은 ‘가치투자’ 신봉자다. 시류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적은 규모라도 꾸준하게 이익을 내는 기업을 찾아내 투자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이 같은 그의 생각은 1999년 코스닥의 광풍을 겪으면서 더욱 굳어졌다. 당시 대부분의 펀드는 ‘~닷컴’이나 ‘~텔’자가 붙은 코스닥 인터넷, IT주 편입에 열을 올렸고 그도 이른바 ‘코스닥 펀드’를 만들어 운용했다. “사실 갈피를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냉정히 개별 기업에 대해 밸류에이션(가치측정)을 해보니 주식을 살 만한 기업이 없었습니다. 실제 기업가치에 비해 너무 고평가 돼 있었던거죠.” 그는 코스닥펀드에 ‘닷컴’주식을 남들보다 적게 편입했다. 코스닥지수가 2000년 3월 300에 육박할 만큼 폭등했지만 결국 거품이었던게 머지 않아 판명났다. “기업가치를 중요시 한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던 겁니다.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펀드 운용을 할 수 있었습니다.”
김 팀장은 “기업을 볼 땐 수익성 증가의 질을 봐야 한다”며 “엄청난 수익을 냈다 해도 변동성이 큰 기업은 가치 측면에서 의심해 보라”고 말했다. 수익이 늘어났다는 외형만 보지 말고 그 기업의 본업에서 수익이 나는지, 조금이라도 꾸준하게 늘어나는지를 중요한 잣대로 삼으라는 뜻이다. 그는 또 “단기적인 펀드만 넘쳐 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이 아쉽다”며 “좋은 투자환경이 되려면 펀드도 대형화, 장기화 되고 투자자들도 급하게 수익률에 연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펀드매니저 생활 10년째인 그의 시황관은 낙관적. 김 팀장은 “뻔한 얘기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경제와 기업의 체력이 보강됐고 이는 우리 기업의 좋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경기 악재도 상당부분 반영된 만큼 엄청난 변수가 없는 한 상승추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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