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후 한국을 알고자 하는 해외의 붐은 분명히 우리 음식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이 될 것이다. 이미 우리 음식 중에서 비빔밥은 일본과 미국에서는 별식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 음식을 해외로 알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아 월드컵만큼이나 중요하다. 다른 나라의 음식을 접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전반적인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관문이기 때문이다.그동안 우리가 스포츠, 문화, 기술 등의 분야에서 한국을 알리는데 기울인 노력들에 비한다면 우리 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일은 만족스럽게 진해되지 못하고 있다.모두들 우리 음식의 세계화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것에 관한 실천적 논의나 대안 제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음식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상품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우리 음식에 대한 국민들의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가 열정과 자신을 갖지 못하면서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미 서양에서는 자신들의 음식에 대한 영양학적인 반성과 함께 건강식을 추구하면서 동양의 음식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비빔밥, 콩류 그리고 매운 맛에 대해 관심을 보인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국의 변화 추세와는 달리 정작 국내에서는 '과연 우리 음식이...?'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널리 펴져있는게 사실이다. 음식이나 식품을 산업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 때문이다.
허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음식이라고 해서 세계시장에서 성공 못할 이유가 없다. 동양 음식이건 서양음식이건 원리는 마찬가지다. 즉 세계시장에서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게 메뉴를 개발하고 한국을 나타내는 분위기와 우리식의 서비스를 포함하는 운영 컨셉을 연구하는 일에 열정을 다 한다면 안될 이유가 없다.
간혹 우리 음식은 해외진출에 특별한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 예로 우리 음식은 햄버거나 피자와 달리 조리의 매뉴얼화나 표준화가 힘들다는 것이다. 언뜻 보아 습식성 문화를 가지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어느 음식을 불문하고 시장에서 상품화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예컨데 맥도날드 형제가 감자 조각 하나를 제대로 튀겨내기 위해 수분 함량이 다른 수십 종류의 감자로 온갖 실험을 거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또 "우리 음식은 지나치게 맵고 자극성이 강해 외국인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 맵고 톡 쏘는 음식은 서양에도 얼마든지 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 음식의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이다.
우리가 월드컵의 4강에 오를 것이라 누가 생각 했는가. 그것은 국민들이 자신감과 불타는 열정에서 비롯된 신화아닌 신화였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적지 않은 세계적인 경쟁력 가운데 음식만큼 자신 있는 것도 많지 않다. 한국 음식의 맛과 우리의 미각은 충분히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자산이다.
오진권 (주)놀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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