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력은북한이 제 14회 부산아시안게임(9.29~10.14일)에 참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아시안게임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전회원국이 출전, 명실상부한 36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가 될 전망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43개국 1만2,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함에도 불구하고 지방도시의 축제로 전락할 뻔 했던 이번 대회는 북한의 전격적인 참여 결정으로 2000시드니올림픽 남북한 동시입장에 이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북한이 동참하기로 함에 따라 시드니올림픽에서 노골드에 그친 북한의 전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여자축구 유도 사격 등 20여개 종목 350여명에 달하는 선수단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98방콕대회때 301명의 선수단을 파견, 금 7, 은 14, 동 12개로 8위를 한 바 있다. 74년 테헤란대회부터 아시아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은 90년 베이징 대회까지 4~5위를 넘나들었지만 카자흐스탄 등 구소련 연방 국가들이 참가한 후로는 5~8위권 전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북한은 여자유도 사격 역도 레슬링 등에서 10여개의 금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며 구기종목에서는 여자축구 여자소프트볼 탁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고의 스타는 여자유도의 계순희.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 48㎏급에서 84연승을 기록중이던 일본 유도의 영웅 다무라 료코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던 그는 98방콕대회 금메달에 이어 지난해 세계선수권서는 52㎏급으로 체급을 올리고도 우승,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여자 48㎏급의 차현향, 남자 81㎏급의 곽억철도 메달 후보다.
여자 역도 58㎏급 용상부문의 세계기록 보유자이자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이성희는 중국과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이며 체조는 지난해 베이징유니버시아드대회 여자 뜀틀 금메달리스트 손은희와 배길수의 후계자로 꼽히는 김현일이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메달밭(방콕대회 금 3개)이었던 사격은 지난해 아시아클레이선수권 남자 스키트 단체전 우승의 주역 박남수 등이 메달 획득을 노린다.
99년 세계육상선수권 여자마라톤에서 깜짝 우승, ‘공화국 영웅’의 칭호를 받았던 정성옥은 최근 국제대회 참가가 없어 출전여부가 불투명하다.
레슬링에서는 그레코로만형 52㎏급의 강영균이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계기로 98방콕대회 은메달에 그친 부진을 씻을 각오다. 그러나 폐쇄적인 북한의 특성상 깜짝 스타 등장을 배제할 수 없다.
구기종목은 90년대이후 국제무대를 등져 탁구 여자소프트 여자축구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는 국제경쟁력이 떨어졌다.
여자축구는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서 세계최강 중국을 꺾고 우승하는 이변을 연출하는등 전력이 급성장 정상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한이 금메달을 놓고 대결할 대표적인 종목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여자탁구다. 91년 지바세계선수권에 단일팀으로 출전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던 여자탁구에서는 여자복식의 김현희-김향미조가 한국의 류지혜-김무교 조와 패권을 다툴 것으로 보이며 단식에서는 김현희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향후 과제는
북한의 참가라는 큰 틀은 정해졋지만 북한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의 메인스타디움에 입장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북한선수단의 규모나 입국 방법 등은 12~14일로 예정된 남북장관급 회담이 끝나야 드러나겠지만 부산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측은 9월5일로 다가온 백두산 성화 채화 및 판문점 등 육로를 통한 봉소문제를 협상 우선순위로 꼽고 있다.
장관급 회담 이후에는 입장방법과 순서,한반도기 및 아리랑가 사용,인공기 게양여부를둘러싼 실무 회담 개최가 시급하다.올림픽이나 국제규모의 종합대회서는 보통알파벳 순서를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개최국은 마지막에 입장하는 것이 관례다.따라서 북한이 알파벳 순서에 준해 입장순번을 받을지,동시 입장할지는 추후 협의사항이다.부산아시안게임이 시드니올림픽에 이어 남북화해의 모습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만큼 극적인 동시입장이나 한반도기 및 아리랑가 사용도 배제할 수 없다.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하는 북한인 만큼 동시입장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타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반면 기일이 촉박해 단일팀 구성은 물리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하지만 상징성을 감안해 여자탁구 등 일부 종목은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공기 게양도 논의대상이다.실정법상 인공기의 게양은 금지돼 있지만 조직위측은 과계부처와 협의한다는 입장이다.
여동은기자
■91 탁구단일팀 주역 현정화
“북한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정말 기다려집니다.”
북한의 부산 아시안게임 참가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뻤던 이가 바로 현정화(33) 여자 탁구대표팀 코치이다.
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 우승을 일궈낸 주역인 그는 “부산에서 북한 선수들과 재회하면 91년 못지않게 감격적인 순간이 될 것 같다”며 설레임 속에 9월을 기다리고 있다.
현 코치가 누구보다 보고싶어하는 사람은 단일팀에서 함께 뛰었던 북한의 리분희(34)이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서도 친분이 남달랐던 둘은 함께 한반도기를 가슴에 달고 뛰면서 자매 이상의 정을 나눴다.
현정화 코치는 간이 좋지 않아 운동하기 어려운 상태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았던 리분희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현코치는 93년 이후 리분희와 만나기는커녕 자세한 소식도 듣지 못했다.
리분희는 현재 조선탁구협회에서 행정직 일꾼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가 북한 선수단에 포함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현 코치의 기대다.
현 코치는 “북한에서 이번에 그리운 사람들이 재회할 수 있는 기회를 꼭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소원했다 .
부산은 마침 현 코치의 고향. 현 코치는 “분희 언니가 오면 집에도 데려가고 아기 용품도 함께 사러 다니고 싶다. 좋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한다.
“남북 단일팀이 출전할 경우 세계최강 중국을 꺾을 자신이 있다”는 현 코치는 “현실적으로 한 팀을 이루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훈련만은 꼭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현 코치는 “왼손 셰이크 핸드 전형의 김현희가 북한선수 중 단연 돋보인다. 키는 작지만 힘과 순발력이 좋고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는 선수이다. 정말 남북이 하나가 되기만 한다면 못할게 없을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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