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집값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며 수도권 주택시장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말 집값 폭등 당시 기폭제 역할을 했던 강남 재건축아파트가 이번에도 가격급등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불과 7개월 만에 재발한 아파트값 폭등사태는 정부 주택정책의 실패를 반증하고 있다. 주기적인 아파트 시장불안을 부르는 주택정책의 문제점을 4회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주
아파트 재건축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H씨는 “강남 아파트 값 거품 논란은 재건축 시장에서는 의미가 없다”며 “상식과 분석이 통하지 않는 곳이 강남 재건축 시장”이라고 단언했다.
최근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한 뒤 가격이 급등한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바로 그런 경우다. 기존 용적률이 197%에 달해 잘해야 1대1 재건축(가구수를 늘리지 않고 평형만 늘리는 재건축)이 가능하고 추가부담금까지 고려하면 평당 1,700만원대의 현 가격은 도저히 수익성이 없다는 것이 정답이지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상식을 거부하는 재건축 시장은 이제 성역에 가까워졌다. 불투명한 재건축 사업의 진행과정과 멀쩡한 아파트의 재건축을 부추기는 시공사, 부동산중개업소의 농간, 이를 방치해온 정부정책의 합작품이다.
지난해 말 반포주공 3단지의 시공사가 선정되자 16평형 아파트 시세가 불과 한 달 만에 1억3,000만원이나 뛰었다. 아직 기본계획도 나오지 않고 안전진단도 통과하지 않은 상태다.
역삼동 J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조합 추진위 결성’이라는 플래카드만 내걸려도 시세가 수천만원씩 뛴다”며 “이렇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는 15년 정도만 낡으면 ‘일단 추진하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소유자들은 설령 재건축이 어렵거나 지연된다 하더라도 만성적인 강남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한 오른 시세가 떨어지기는 힘들다고 자신한다.
여기에 시공사는 장미빛 전망을 내걸며 주민들을 유혹한다. 한 대형건설업체 재건축사업 담당자는 “어차피 실제 사업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나중에 일반분양 분양가를 올리면 되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조합측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개업소도 시공사나 조합측의 현실성 없는 재건축 추진 계획에 적극 부응한다. 대치동 B공인 사장은 “중개업소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장사를 하려면 매수자측의 입맛에 맞게 매도호가를 높여줘야 하고 반대로 매수자에게는 과장된 수익성을 내세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형 중개업소는 업소간 매물을 주고받는 방법을 통해 시세를 끌어올리기도 한다. 또 투기세력은 복잡한 재건축 추진 단계를 활용, 안전진단, 조합원총회, 시공사선정 등의 각 단계별로 ‘치고 빠지기’를 통해 재미를 본다.
정부가 이런 부작용을 알면서도 주택공급 확대 라는 실적주의에 얽매여 재건축시장의 투기화를 방치해온 것이 더 큰 문제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편집장은 “자의적으로 진행되는 재건축 시스템을 개선하고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재건축 시장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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