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어음이 사라지고 있다. 2000년 5월 도입된 기업구매자금대출 등 어음대체제도 이용실적이 7월말 처음으로 상업어음 할인규모를 초과, 머지않아 어음이 상거래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전망이다.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말 현재 기업구매자금대출 잔액이 11조3,000억원,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이 2조5,000억원에 달해 어음을 대체한 결제수단의 이용 규모가 13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로써 기업구매자금대출제도 도입후 2년2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업어음 할인규모(13조5,000억원)를 초과했다. 어음대체제도 이용실적은 작년 7월 상업어음 할인액의 50%를 넘어선 이후 1년만에 102%로 뛰었고, 내년 이맘때면 200%에 달할 전망이다.
7월말 현재 기업구매자금대출 이용기업도 1만8,829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제도 이용기업은 2만5,451개로 각각 1년전의 1.7배, 4.5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상업어음 할인이란 납품업체가 현금 대신 받은 어음을 거래 은행에서 할인받는 것. 금융기관에서 쉽게 어음 할인을 받지 못하는 중소업체는 장기간(90~180일) 납품대금을 현금화하지 못해 자금난을 겪게 되고, 발행기업이 부도가 나면 다수의 배서인(납품ㆍ하청ㆍ재하청업체등)이 연쇄부도의 위험에 처하는 등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컸던 게 사실이다.
이런 부작용은 우리경제가 어려움에 처할 때 더욱 커져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을 악화시키고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돼왔다.
한은 관계자는 “머지않아 신용도가 매우 나쁜 업체가 사채시장에서 할인하는 어음, 100만원 미만의 소액어음 등을 제외하곤 상업어음을 찾아보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대희기자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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