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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위협 '더블딥' 논란/ 美 증시하락·실물지표 악화…경기 재침체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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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위협 '더블딥' 논란/ 美 증시하락·실물지표 악화…경기 재침체 오나

입력
2002.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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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초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가 미국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이른바 ‘더블딥(Double Dipㆍ재침체)’ 가능성을 제기했을 때만해도, 그의 전망은 비관론자의 우울한 묵시록으로 치부됐다. 당시 생산ㆍ소비ㆍ투자 등 전 부문에 걸친 실물지표의 회복세와 주가 상승세는 그만큼 확고해 보였다.그러나 기업 수익성 하락과 회계불신이 맞물려 미국 증시가 폭락을 거듭한 데 이어 최근에는 실물지표조차 악화하자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은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뚜렷한 실체로 다가서고 있다.

‘더블딥’논란 확산 ‘더블딥’ 논란은 미국 상무부의 2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지난달 31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2.3%로 예상했던 성장률이 1.1%로 발표되자 스티븐 로치는 즉각 “미국 경기가 하반기에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60~65%로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로 꼽히는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가 하루 뒤 이 주장에 기름을 부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2분기 성장률에 이어 7월 소비자신뢰지수 및 제조업 경기지표인 전미 공급관리자협회(ISM) 지수가 모두 예상 이상으로 부진하게 나오자 뉴욕타임스 고정칼럼을 통해 “더블딥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성장률 외에도 2분기 소비지출이 전분기 3.1%를 밑도는 1.9% 증가에 그쳐 지난해 12월(6%) 이래 3분기 연속 증가세가 둔화한 점, 7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점등에 주목했다.

여기에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와 경제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CNN머니 등을 통해 더블딥 우려가 확산되고 미국 증시의 폭락세가 이어지자 대다수 전문가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1분기 성장률과 ISM지수, 고용지표 등이 모두 부정적으로 집계됐지만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중단됐다고 볼 수 없다”며 “미국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판매가 7월중 증가세를 보였고 3분기에도 증가할 것”이라며 전반적 소비의 지속을 낙관했다.

윌리엄 폴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 역시 7월 중 주택 모기지론 증가세와 자동차 판매 활황을 들어 “더블딥 발생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금리인하로 ‘더블딥’우려 해소 더블딥 우려가 미국 경제 회복세 유지를 위한 금리인하론을 낳고 있다. 더블딥에 대한 강력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이 아직 그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배경도 미국 정책 당국의 직간접 경기진작책과 함께 통화정책의 수정 가능성에 따른 것이다.

물론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3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장 금리를 움직일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 경기가 급강하한 것은 사실인 만큼, FRB가 통화정책기조를 현재의 중립에서 완화로의 전환을 시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 전문기관들이 올 미국의 성장률을 2%대 초반으로 하향 수정하는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경기가 계속 둔화할 경우 FRB가 미국 금리를 현재 1.75%에서 연말까지 1%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 역시 “(2분기) 성장률은 경기를 더블딥으로 몰고갈 수 있는 수준까지 낮아졌다”며 금리인하 등 경기진작책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는 상황이다. 더블딥 논란이 증시 폭락을 거치며 새로운 경기회복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서히 전환하고 있는 셈이다.

장인철기자icjang@hk.co.kr

■美경기 어떤 궤도 그릴까/ V자형보단 W자형 가능성 높아

3월25일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의 커버스토리 제목은 ‘놀라운경제’였다. 여기에는 미국 경제가 예상밖의 가파른 반전 추세를 보인 데 대한 희망에 찬 분석이 담겨져 있었다.실제로 1년 넘게 하락세를 보이던 산업생산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고 지난해 4ㆍ4분기 경제성장률도 전망치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은 경기가 바닥을 찍고 곧바로 치고 올라오는 V자형 회복이 본격화할 것으로 점쳤다.

지금 월스트리트에서 이 같은 낙관론을 믿는 사람은 없다. 논의의 초점은 다시 바닥’으로 내려와 있다. 여전히 펀더멘털을 이야기하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U자형 시나리오를 주장한다. 바로 회복세를 타지는 못하지만 상당 기간 바닥을 다진 다음 완만하게 상승세에 들어설 것이라는 희망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올 1ㆍ4분기 보여줬던 5%대의 성장률이 2ㆍ4분기에 곧바로 1%대로 추락하는 등 U자 궤도에서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먹구름를 비집고 반짝 상승국면이 보이는 듯하다 오히려 비바람을 맞는 모습이다.

비관론자들은 경기침체의 골을 두번 지나야 비로소 회복국면에 들어선다는 W자형 패턴을 예상하고 있다. 두번(double) 떨어진다(dip)는 뜻으로 더블 딥이라고도 불리는 W자형은 일본 경제에서도 여러 차례 등장한 적이 있다.

스티븐 로치 주장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57년~58년, 60년, 69~70, 73~75년, 81~82년, 90~91년 등 50년대 이후 6번의 경기침체기 중 5번에 걸쳐 더블딥 현상이 발생했다. 로치는 “경제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지기 전에 큰 폭 플러스를 기록하는 법”이라며 “1분기 성장률이 5%대를 기록한 것이 침체로의 회귀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90년대 후반 ‘두번째 바닥’, ‘뚫린 바닥’이라는 용어로 더블 딥 현상이 자주 거론됐다. 99년 일본의 GDP 성장률은 3년만에 처음 0.5% 플러스 성장을 기록, 드디어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이 확산됐다. 그러나 경기는 곧바로 마이너스로 반전해 더 떨어졌다.

더 큰 걱정은 L자다. 경기침체가 장기간 계속되는 L자형에는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없다. 증시침체→소비위축→물가하락→기업수익악화→개인소득감소→장기불황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매는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증시침체를 지켜보는 경제전문가들은 표정은 그래서 어둡다.

김병주기자bjkim@hk.co.kr

■전문가들 "국내 큰 영향 없을 듯"

미국 경제가 더블딥 우려가 본격화할 정도로 요동하면서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그 여파는 우려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대부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은 미국 경제불안의 국내 파급효과를 금융과 실물에 걸쳐 3가지 경로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미국 증시 급락세에 국내증시도 동조하며 속락세에거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증시의 '역자산효과(주가하락에 소비긴축)'가 소비에 미치는 악영향은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훨씬 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내 개인자산은 증시 보다는 아직 예금이나 부동산 등에 훨씬 많이 분포돼 있다"며 "급격한 소비 둔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미국 수요의 위축 및 환율 하락에 따른 국내 수출의 하락 우려가 나오고 있으나, 수출시장 다변화와 엔화의 동반 강세 등으로 7월 수출이 19.9%를 기록하는 등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대부분 시각이다.

전반적 경기위축 심리가 파급돼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한은은 "7월말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그룹의 설비투자 계획을 파악한 결과 지난해말 조사 때보다 30% 정도, 금년 4월 조사 때보다 8% 정도 늘어났다"며 연간 4.8%의 설비투자 증가를 자신하고 있다./ 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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