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국의 텔레비전 네트워크사들은 여름 시즌을 비수기로 여겨왔다. 그래서 경쟁력이 약한 프로그램들로 시간을 때우거나, 정규시즌에 방송되었던 프로그램을 재방송함으로써 여름나기를 하였다. 그러나 3년 전부터는 이같은 편성전략을 변경하였다.저예산 오락프로그램들을 편성하여 시청자의 반응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정규시즌에 포진시키는 이른바 ‘프로그램 인큐베이팅’ 기간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1999년 여름 ABC의 ‘누가 백만장자를 꿈꾸는가?(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2000년 여름 CBS의 ‘생존자(Survivor)’, 2001년 여름 NBC의 ‘피어 팩터’(Fear Factor)’가 그것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여름 시즌의 성공을 바탕으로 정규시즌 주시청 시간대에 편성되었다.
금년 여름에도 FOX의 ‘미국의 우상’(American Idol)’과 NBC의 ‘개가 개를 먹어’(Dog Eat Dog)’란 두 개의 새로운 오락 프로그램이 인큐베이팅되고 있다. ‘미국의 우상’은 신인가수를 선발하는 경연프로그램이며 ‘개가 개를 먹어’는 퀴즈와 더불어 출연자의 장기가 소개되는 리얼리티 쇼 프로이다.
여름시즌에 이 같은 시도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선은 여름시즌은 경쟁하는 프로그램이 적어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커다란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덜 세련되고 저렴한 제작비를 들인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재방송프로그램이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프로그램들과 경쟁해서 손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름시즌은 비용이나 수입의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시청자들이 갖는 프로그램 기대치가 높지 않고, 시기적 특성상 대규모 예산이 투여되는 미니시리즈나 드라마보다는 제작비가 저렴한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장르가 잘 먹혀 들어가는 기간이다.
또 다양한 형태의 협찬이 가능하도록 내용을 구성함으로써 광고주들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한국은 여름시즌을 납량 특집물이나 정규 프로그램 내 여름 특선코너를 마련하는 것으로 준비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사례처럼 여름시즌을 파일럿 프로그램 인큐베이팅 기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그런 점에서 KBS가 방송중인 리얼리티 시트콤 ‘청춘’은 주목할 만하다. 이 프로그램은 준비된 대본도 없으며 출연자도 평범한 소시민들이다. 형식에 있어서도 다큐멘터리와 코미디, 그리고 음악장르가 다양하게 포진되어 실험적이다. ‘청춘’의 여름나기가 어떤 결과를 나을지 관심이 간다.
/ 김대식KBS방송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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