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있었던 미국 상원의 대(對)이라크 군사 행동 청문회는 국가 비상사태 시기의 헌정 질서 유지에 적절한 조치였다.그러나 의회가 궁극적으로 직면할 수 밖에 없는 두 가지 기본 문제를 게을리한다면 이런 절차는 불완전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첫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가 의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라크 공격 시기를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둘째는 공화ㆍ민주 양당의 세력이 엇비슷한 의회가 헌법적 의무를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가이다.
1973년 이래 군사작전을 둘러싼 행정부와 의회의 권한에 관한 논의는 전쟁권한법(War Power Act)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이 법은 대통령이 의회의 동의 없이 해외 전투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60일로 제한하고, 필요할 경우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의회의 동의 없이 취해진 군사행동에 대해 의회가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대통령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이 법의 제정 취지였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쟁은 이 법 제정 당시보다 더욱 중대한 헌법적 딜레마를 제기하고 있다. 이라크 공격은 그에 필요한 사전 준비 규모나 한 정권을 전복한다는 목표로 볼 때 범위가 매우 넓은 전쟁이 될 것이다.
소말리아나 코소보전, 그레나다나 파나마 침공, 10여년 전의 걸프전과도 차원이 다르다. 21세기의 새로운 세계 질서를 드러내는 전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라크 공격이 의회와의 사전 협의를 배제한 상태에서 사전 통고 없이 갑작스레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의 유력 인사들은 의회와의 논의를 겉치레로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러 대외 정책과 대테러전에서 보인 일방주의적 자세가 이라크 군사작전에도 그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특히 딕 체니 부통령은 핵심적인 국가 이익의 수호를 위한 행위는 의회가 아니라 헌법에 기초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군대를 모집하는 등 국가 안보에 관한 헌법상 권한은 대부분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위임돼 있다.
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이 지적했듯이 대통령은 국가가 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했을 때 의회의 소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격퇴할 권한을 갖는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처럼 국가가 공격을 당하면 그것은 전쟁이고, 의회의 선언은 정부의 전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만약에 미국 헌법을 기초한 이들이 행정부에 전쟁 권한을 포괄적으로 부여할 생각이었다면 적국의 선박을 나포할 수 있는 권한을 의회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주었을 것이다. 미국 건국자들이 보복을 위한 최소한의 이 권한을 대통령에게 주지 않은 것은 행정부의 무절제한 전쟁 행위를 억제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더욱이 군사 행동을 취하기 훨씬 이전에 그 의도를 밝힌 상황에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명분은 거의 없다. 헌법 어디에도 의회가 숙고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한 사람이 온 나라를 전쟁으로 몰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지는 않다
부시 대통령이 8월 의회 휴회 기간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악한이라는 이유로 이라크 공격을 감행한다면 헌법 기초자들은 의회가 다시 열렸을 때 탄핵을 받아 마땅한 행위로 판단할 것임에 틀림없다.
공화당원은 부시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고, 민주당원은 주요 국가안보 문제를 놓고 인기 있는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은 양당의 의원들이 자신들의 헌법적 의무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때이다. 의회의 권한 행사를 방기하면 앞으로 대통령의 군사 작전을 판단할 수 있는 모든 헌법적 기준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잭 라코브/미국 스탠퍼드대 역사·정치학 교수
/NYT 신디케이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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