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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하는 '노년의 性'/ "섹스엔 정년없어"…'주책' 취급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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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하는 '노년의 性'/ "섹스엔 정년없어"…'주책' 취급 곤란

입력
2002.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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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代후반 90% "성욕있다"…그들의 행복 찾아줘야울타리에 굳게 갇혀있던 노인의 성(性). ‘노망’ 혹은 ‘주책’으로 치부되었고 그래서 그들만의 은밀한 이야기였던 노인의 성이 영화 ‘죽어도 좋아’의 제한상영가 등급결정에 대한 논란 속에서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노인의 성문화는 공개적으로 논의되어야 하고 또 사회적인 관심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드러나고 있는 노인의 성문화는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 특히 성생활과 관련한 조사 결과는 상식을 비웃는다. 준남성클리닉이 노인 남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5~70세 노인 중 90%가 아직 성욕이 있다고 대답했으며, 60대 후반의 78%, 70대 전반의 65%, 70대 후반의 55%가 지속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0대 이상 노인 남성의 34%는 지금도 성행위를 시도하고 있으며 13%는 매월 1~2회 이를 즐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체적으로 많은 문제가 예상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대단한 성적 욕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부가 해로하는 경우 이러한 성적 욕구의 해소가 비교적 쉽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의 7.1%인 337만 2,000여 명.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8%가 배우자가 없는 독신 노인이다.

재혼이나 이성친구를 사귀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그러나 사회적 통념과 자식들의 반대 때문에 재혼을 하거나 이성교제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노인들의 문제를 상담하는 ‘노인의 전화’에는 이성 관계에 대한 사연이 많이 들어온다. 20년 간 남편의 병 수발을 하고 결국 혼자가 된 한 할머니는 외로움을 못 견뎌 한 할아버지와 교제를 시작했다. 재혼을 자녀와 상의했을 때 딸은 “손주들이나 봐라”는 식으로 거세게 반대를 했다.

지방에 살면서 서울에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오는 한 할머니는 고속버스 터미널 화장실에서 단장을 새로 한다. 자식들 앞에서는 허름한 차림으로 나들이를 나서면서 데이트를 위해 고운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도 한다. 노인의 이성교제를 자연스럽지 않은 관계로 인식하는 주변의 탓이다.

그래서 남성 노인의 경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욕구를 해결하기도 한다. 박카스 아줌마, 소주 아줌마, 일부 여행업체들이 주선하는 묻지마 관광 등이 예이다. 69세의 한 할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매춘을 한다고 한다.

재혼에 대한 가족의 반대가 껄끄럽고 즐기고 싶을 때 즐기면 된다는 인식에서이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성문화를 너그럽고 자연스럽게 봐야 하는 발상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정동철(鄭東哲ㆍ정동철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은 “이제 노인은 더 이상 노인이 아니다. 제 2의 인생을 구가하는 주체로 생리적인 욕구가 남녀 공히 건재하다. 스스로 자기 인생을 마지막으로 즐긴다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또 “노인은 집안의 어른으로서 아랫사람에게 가르침이 될만한 입장으로 접근한다면 훨씬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현(金兌玄ㆍ성신여대 가족문화ㆍ소비자학과) 교수는 “노인의 성을 다루는 상담기관이나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문제이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노인을 대하는 사람이 그들의 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식들이나 주변이 바뀌면 노인들은 부끄러움이나 당황함 없이 그들의 성을 인정할 수 있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현기자koh@hk.co.kr

■性생활, 청춘 되찾는 윤활유/심장질환 악화 등은 잘못된 속설…엔도르핀 분비등 노화 억제

많은 사람들이 노인에게는 성욕이 없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安太榮) 교수는 “남성의 경우 70세가 넘어도 성욕을 관장하는 남성호르몬의 수치는 20대의 3분의 2 수준을 유지한다”며 “다만 노화로 인해 전립선과 방광 등에 생기는 질환 때문에 발기부전을 겪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성기능 장애도 성생활의 ‘종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근 갈수록 안전하고 효과가 좋은 발기부전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면서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여성도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 감소로 분비물이 줄어들지만 성감대의 반응은 젊은 시절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서울성의학클리닉 설현욱(薛玹旭) 원장은 “남성호르몬의 증가로 노년 여성들의 실제 성욕은 오히려 증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조사 결과, 70대 이상 여성 가운데 25%가 1주일에 한번 이상 자위 행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적지 않은 노인들이 성생활을 기피하는 이유가 성행위를 하면 심장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등 잘못된 속설로 인해 스스로 체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성행위로 인해 심장 질환이 급격히 악화하거나 고혈압과 뇌혈관 질환으로 성기능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도 성기능과 건강 유지에는 규칙적인 성생활이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 이웅희(李雄熙) 교수는 “남성 노인의 경우 규칙적인 성생활은 고환, 음경 등의 위축과 퇴화를 방지해 전립선 질환을 예방하며, 여성 노인은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성생활은 남녀 모두에게 뇌이마엽을 자극해 뇌의 노화, 치매, 건망증 등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성행위를 하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면역력이 강화돼 건강이 도움이 된다. 안태영 교수는 “성교가 아니더라도 정신적인 애정의 교환, 애무 등의 폭 넓은 성생활을 통해서도 생활의 만족감을 높이고 대인관계도 원만케 해 장수에도 이롭다”고 말했다.

심근 경색을 경험한 환자들은 재발이 두려워 성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부드러운’ 성생활은 오히려 심근 경색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오럴 섹스나 여성 상위 체위로 성생활을 즐기는 게 좋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약물, 인슐린 요법으로 건강을 유지하면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으면 성행위가 가능하다. 증세가 심할 경우에는 음경 보형물 삽입 등의 치료를 받은 뒤 성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게 좋다.

권대익기자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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