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5일 ‘더블딥’(경기재하강)의 가능성을 거듭 부인하고 있는 미국 정부에 대해 “경제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IMF는 이날 미 경제 당국과 연례 협의를 가진 뒤 발표한 이사회 보고서에서 “최근 증시 폭락과 잇따른 회계부정 스캔들 등이 경기회복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서 미국의 향후 경제성장 전망을 하향조정할 수 있음을 강력히 내비쳤다.
IMF의 미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는 다음달 말 발표될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수정될 전망이다. 앞서 IMF는 올해 미국의 GDP성장률을 2.5%, 내년은 3.25%로 전망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IMF 보고서는 백악관의 낙관론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며 “미국이 최대 지분을 가진 IMF의 부정적 평가는 가뜩이나 얼어붙은 투자자들의 대미 신뢰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최근 수정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와 급락한 주가가 향후 개인소비와 기업투자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며 “조지 W 부시 정부는 경제정책을 예산의 효율적 집행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특히 2000년 GDP대비 2.5% 흑자에서 올해 1.5% 적자로 돌아선 연방정부의 재정수지를 거론하며 “재정 적자는 향후 몇 년 간 계속 불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IMF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현재 고수하고 있는 1.75%의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IMF는 또 미국이 국제 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철강 세이프가드 발효와 농업보조금 대폭 증액 등 보호무역 노선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5일 피츠버그에서 정치자금 모금 연설을 통해 “미 경제의 근간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향후 전망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 적자 확대에 대해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의회와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1일 부시 대통령과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 폴 오닐 재무부장관의 회동 직후 2ㆍ4분기의 낮은 성장률(1.1%)에도 불구, 이미 발표한 전망치(3.5~3.7%)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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