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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南北경협의 우선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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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南北경협의 우선조건

입력
2002.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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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이해관계가 심각하게 어긋나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던 사이라 하더라도 상황이 달라지면 화해하고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인류 역사상 수없이 되풀이되어 온 일이다.남북한은 현재 한쪽에서 다른 쪽을 정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이에 따른 비용이 너무 커서 이를 추구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서로 이익을 주고받을 것이 있으면 이를 도모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러나 협상이란 파티나 자선행사가 아니고 각자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비즈니스 과정이다.

협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첫째, 상대방이 동의할 수 있는 타협안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안을 찾아 가능한 한 이에 근접한 안에 상대방이 합의하도록 유도한다.

둘째, 상대방이 지킬 인센티브가 없는 안에는 합의하지 않는다.

셋째, 합의된 내용을 상대방이 어길 경우 그에게는 별 손해가 없고 내게는 큰 손해가 나는 계약은 하지 않는다.

넷째, 상대방이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합의하지 않는다.

다섯째, 상대방이 합의를 어길 때는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서해교전 이후 한달여만에 남북회담이 재개되어 긴장완화와 경협 등을 대상으로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서해교전 및 그 이후 북측의 태도를 고려해볼 때 협상의 대상과 우리의 목표를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측의 태도는 남과 북이 설사 평화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안에 합의한다 해도 북측이 이를 성실하게 지킬 유인이 낮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강산 사업 등 수많은 우리의 지원에 대한 북한의 대답은 월드컵 게임이 절정을 이루는 날을 선택하여 서해교전을 유발하고, 이어 NLL을 인정할 수 없다고 거듭 주장한 것이었다. 이는 영토분쟁의 가능성과 또 다른 서해교전의 발생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북한은 서해교전과 관련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 충돌”로 규정하고, “남과 북이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공동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주장이 “남북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북측의 솔직하고 진지한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는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북한은 서해교전의 진실을 왜곡했을 뿐만 아니라 NLL을 불인정함으로써 분쟁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에게 계속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는, 협상의 본질을 전혀 도외시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협상의 기본 원칙들을 거의 하나도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대와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남북 경협사업은 투자된 자본 및 대상 사업의 운영에 대한 보장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투자가 이루어진 후 북한이 태도를 바꾸면 우리의 피해는 크지만 북한의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북한은 어느 정도 경제적인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다른 형태의 서해교전과 같은 상황은 언제라도 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북한과 경제협력에 관하여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북한으로부터 ‘협상 파트너로서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는 서해교전 및 그 이후의 행동과 발언에 대해 “유감” 이상의 ‘재발 방지 담보’를 반드시 얻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남북간 경협에 관한 합의를 이뤄지더라도 그것이 성실히 이행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합의가 이뤄졌다’는 수사적 의미 이상의 ‘경제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약속을 어겼더니 오히려 혜택이 돌아 오더라는 메시지만 그들에게 줄 뿐이다.

/남일총 KDI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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