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포크 음반이 발견됐다.1964년 4월 서수남, 하청일이 주축이 된 4인조 아리랑 부라더즈가 발표한 ‘우리 애인 미쓰 얌체’(라 스카라 레코드)로, 그동안 일부에서 이름만 알려져 있던 것을 시사주간지 주간한국이 서울 은평구의 한 고물상에서 찾아내 6일 발행하는 최신호에 자세히 소개했다.
’우리 애인…’은 이제까지 한국 최초의 포크 음반으로 알려진 69년 트윈 폴리오의 ‘아이 러브 유’(지구레코드)보다 5년이 빠르다. 미국에서 포크가 크게 유행했던 시기에 별로 뒤지지 않는다.
가요 칼럼니스트로 이 음반을 발굴한 최규성 기자는 “트윈 폴리오 이후 70년대 들어서야 포크가 가요계에 뿌리를 내렸다는 기존 가요사를 다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음반에는 60년대 초반 미국 포크계의 스타였던 브라더스 포의 ‘그린 필드’를 바꿔 부른 ‘푸른들’ 등 당시 국내에서 인기가 있었던 포크 송을 코믹한 감각으로 번안한 14곡이 실려있다.
그 중에는 후에 서유석이 ‘사모하는 마음’으로 다시 부른 ‘동물농장’과 ‘도미니크’를 번안한 ‘웃어주세요’ 등 귀에 익은 노래들도 있다. 2면 마지막에 실린 ‘상팔자’는 다른 곡들과는 달리 원곡이 표기되어 있지 않아 한국 최초의 포크 창작곡일 가능성이 높다.
아리랑 부라더즈 역시 브라더스 포의 이름을 따라 한 것. 당시 한양대를 다니고 있던 서수남이 61년 ‘5.16 군사혁명 1주년 기념 콩쿨 대회’에서 대한합창단 멤버인 중앙대생 하청일을 만났고, 이어 역시 합창단원이었던 석우장, 박창학이 가세해 4인조로 구성했다.
포크 음악의 기본 악기인 통기타와 하모니카에 네 사람의 하모니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제대로 된 포크 그룹인 셈. 이들은 하청일의 지인인 라 스카라 레코드사 대표 이청씨를 만나 첫 음반을 냈다.
당시 ‘동물농장’ 등은 라디오에서도 꽤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1년 뒤 서수남이 탈퇴하면서 그룹은 해체되었고, 서수남 하청일은 69년 듀엣으로 다시 만났다. 서수남씨는 “이런 음반을 만들었다는 걸 나 자신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미국에 있는 하청일도 이 사실을 알면 기뻐할 것”이라며 반가워 했다.
사진설명
38년 전 자신의 노래와 모습(재킷 사진 왼쪽)이 담긴 음반 ‘우리 애인 미쓰 얌체’를 보고 즐거워하는 서수남씨.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