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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금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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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금배지

입력
2002.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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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여의도의 국회의사당은 한바탕 떠들썩했다. 새로 출범한 지방의회 의원들이 달기 시작한 배지가 ‘금배지’와 비슷했기 때문이다.지방의원의 배지에는 ‘議(의)’자 문양이 새겨진 반면 국회의원의 것에는 ‘國(국)’자 문양이 그려있었다.

하지만 지방의원의 배지도 국회의원의 것과 같은 금색이었고 테두리 모양도 무궁화 꽃잎처럼 생겨서 조금만 멀리서 보면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 정가에서는 오랫동안 ‘금배지’라는 말이 ‘국회의원’의 동의어로 사용돼 왔다. 그만큼 ‘금배지’는 국회의원이 갖는 권위와 막강한 힘, 출세 등의 뜻도 함축하고 있었다. 따라서 지방의원의 ‘금배지 흉내내기’에 국회의원이 가만히 있을 턱이 없었다.

1993년 ‘國’자를 둘러싼 테두리를 둥근 것에서 네모난 것으로 바꾸고 자주색을 넣은, 새로운 금배지를 만들었다.

둥근 테두리 속의 ‘國’자는 국회의 공식 문양인데도 불구하고 지방의원 것과 구별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

■ 미국에서도 상ㆍ하원의 의원에게 선거가 있는 2년마다 새로운 배지가 주어진다. 미국의 상ㆍ하원 의원들이 배지를 다는 이유는 당연히 보안상의 이유다.

상원의원 100명에 하원의원이 435명이나 되니 의원들의 보안구역 출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 의회 보안담당자에게 배지에 관한 규정이나 문양 등에 관해 물어보면 “보안문제에 해당하므로 알려 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듣는다.

때문에 일반 국민은 의원 배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어쩌면 배지를 단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 우리 국회의원이 배지를 다는 것에는 물론 국회와 정부기관을 출입할 때 신분증 제시를 대신하는 기능적 이유도 있다. 하지만 위조가 용이하게끔 유달리 눈에 잘 띠는 문양을 만들어놓고 좀처럼 바꾸지 않는 것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면 지나친 생각일까. 오는 8일 재ㆍ보궐선거에서 탄생하는 13명의 새로운 ‘금배지’는 배지가 갖는 위세보다 의무를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

신재민 논설위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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