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의 경영의욕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고질적 인력난과 대기업의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요구, 세계경기의 불투명 등 경영여건이 개선될 조짐이 없는 가운데 기업들의 사기마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영의욕 매년 저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최근 78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인 경영의욕 저하요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영의욕이 높다’와 ‘보통이다’라고 답한 업체가 각각 55.0%와 21.3%에 달해 일단 ‘경영의욕이 낮다’(23.7%)는 응답을 크게 앞섰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높다’와 ‘낮다’가 각각 71.1%와 7.1%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나빠진 것으로 올해 중소기업 경영여건이 악화됐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경영의욕 저하요인(복수응답)으로는 ‘중소기업 취업기피’(47.2%), ‘4대 사회보험 비용증가’(45.0%), ‘주5일 근무제 도입’(43.8%), ‘말뿐인 신용대출’(34.7%), ‘고비용 구조’(34.5%), ‘대기업의 단가인하 요구’(32.2%) 등으로 조사됐다.
협력관계의 대기업으로부터 느끼는 불공정 요인은 ‘불합리한 납품단가’(34.4%)가 가장 많았고 ‘인력조달의 불균형’(25.5%), ‘자금조달’(17.7%), ‘납품대금 결제지연 및 어음’(9.8%)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하도급 거래에서 현금결제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납품대급 지연지급 관행은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납품거래실적 1월분을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결과 어음결제기간은 60일 이내 75%, 61~90일 12.1%, 91일 이상 12.9% 등으로 60일을 초과한 경우가 25%에 달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들이 수천억~수조원대의 이익을 남기는데 비해 납품 중소기업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대기업의 일방적인 가격횡포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은 거래단절을 우려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얼어붙는 체감경기
7월 수출이 21개월 만에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암울하다. 기협중앙회가 1,500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8월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는 94.9에 그쳤다.
SBHI가 100을 넘으면 경기가 전월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업체가 더 많음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SBHI는 5월 118.8, 6월 107.5, 7월 101.9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다 8월 들어 기준치 이하로 추락했다.
부문별로는 생산 96.1, 내수판매 94.2, 수출 94.9, 경상이익 89.2, 자금사정 92.8 등 대부분 지수가 100 미만을 기록했으며 특히 고용수준은 80.8로 가장 낮았다.
업종별 SBHI는 의료ㆍ정밀ㆍ광학기기ㆍ시계(109.3), 자동차 및 트레일러(108.5), 사무ㆍ계산 및 회계용기계(108.3)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100을 밑돌았다.
경기 안성시의 볼트 제조업체 안성정밀 김상식 사장은 “수년째 인력난, 자금난, 판로난 등이 악순환하면서 신기술ㆍ신제품을 개발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마이너스성장만 면해도 한숨을 돌리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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