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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다시본다] 제4부(2)할리우드 문화의 앞과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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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다시본다] 제4부(2)할리우드 문화의 앞과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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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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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현재형의 나라다. 인디언을 제외한 미국인들에게 창조와 관계된 고대 신화나 구전 민담은 존재하지 않는다.그래서 미국이라는 제국은 늘 현재 속에서 창조되어야 한다. 할리우드는 바로 그러한 미국의 이야기꾼이다. 한편 미국은 이 할리우드 스토리텔링 속에서 제국의 위용에 걸맞은 역사와 이념의 스펙터클을 얻는다.

올 봄, ‘세계가 기다려온 영웅’이라는 광고와 함께 ‘스파이더 맨’이 개봉됐다. 한 평범한 고등학생이 초영웅이 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세 번 반복된다. “위대한 힘은 위대한 책임감과 함께 온다.”

스파이더 맨은 미국에서 기대 이상의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공습 등으로 전의에 불타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위의 구절이 절묘하게 먹혀들었다는 분석이 있다.

■뉴 할리우드

‘스타 워즈’의 제왕 조지 루카스는 이보다 훨씬 더 멀리 나간다. 스타 워즈의 성공 이후 그는 루카스 Ltd, Lucas 아츠 엔터테인먼트, 루카스 디지털 등 게임ㆍ음향ㆍ영상 관련 사업체로 2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가가 되었다.

그리고 루카스 교육회사(Lucas Learning Ltd.)를 만들어 첨단 영상 텍스트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겠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그는 부자 루카스보다 성인(聖人) 루카스로 불린다. 미국의 신화적 아이콘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에서다. 스타 워즈 시리즈는 사실 미국 소년들을 위한 정치 교과서다.

중세의 기사를 연상시키는 제다이들의 비호 아래 유지되던 민주주의에 기초한 공화정과 독재자가 지배하는 제국 사이의 전쟁을 그린 이 시리즈는 사실 미국이 신으로 등장하는 이 시대의 그리스ㆍ로마 신화가 되었다.

그러나 저작권 없는 그리스ㆍ로마 신화와는 달리 스타 워즈는 할리우드에 전 세계로부터 오는 극장 수입 외에도 테마 파크, 캐릭터, TV 방영, 비디오 판권 등에서 파생되는 엄청난 수익을 장기적으로 몰아준다.

예컨대 1977년 개봉된 스타 워즈는 78, 79년 재개봉했다가 82년에야 비디오 판매를 시작했고 TV에서는 84년에 방영했다. 또 이 기간에 ‘제국의 역습’(80년)과 ‘제다이의 귀환’(83) 같은 연작들을 제작ㆍ상영했다.

85년에 이 세 편을 다시 묶어 스타 워즈 3부작으로 8개 도시에서 상영하였고 87년에 디즈니랜드에 ‘스타 투어즈’를 개시했다.

루카스와 스타 워즈의 이러한 궤적은 ‘뉴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2차 대전 이후 미국 영화산업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뉴 할리우드는 할리우드의 고전 시대인 1920~40년대 스튜디오 시스템의 몰락 이후 통합적 엔터테인먼트로 탄생한 것을 가리킨다.

루카스의 경영 스타일과 결합된 라이프 스타일 역시 뉴 할리우드적인 것이다. 루카스는 할리우드에서 떨어진 캘리포니아 북부에 스타 워즈 주인공의 이름을 딴 스카이워커 대목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 음향, 특수효과, 게임과 관계된 전문가 1,500명을 고용해 위성으로 전송받은 파일들을 처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미국의 글로벌 지배 시대에 루카스의 스카이워커 목장은 단순히 할리우드의 변화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서부 개척시대 목장을 연상시키면서도 세분화된 수요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취급하고, 디자인이 중요해지고 수요ㆍ공급자간의 정보공급체계가 발전하는 포스트 포디즘 시대 미국의 상징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마뉴엘 카스텔스는 ‘네트워크 사회’에서 1960년대 미국 청년문화의 주인공들이 경영자가 된 이후에도 청바지, 셔츠 차림으로 실리콘 밸리를 활보하며 IT산업의 창의성을 과시한다고 지적한다. 루카스 엔터테인먼트 역시 자유로운 이단자(Maverick) 이미지로 미국의 신경영 스타일에 합류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프리 카젠버그, 데이비드 게펜이 설립해 최근 유니버설이나 부에나 비스타 같은 메이저 영화사들을 바짝 뒤쫓고 있는 SKG 드림웍스 역시 메이저의 권위에 도전하는 이단자의 자유로운 이미지를 경영 스타일(대학 캠퍼스 스타일의 작업장)과 영화들(‘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을 통해 과시하고 있다.

75년 ‘조스’ 이후 매번 자신들이 작성한 흥행기록을 스스로 다시 쓰며 뉴 할리우드를 만들어 온 스필버그와 루카스의 전략은 구 할리우드의 비(非)메이저 영화, 즉 B급 영화들을 대자본 및 고도의 기술과 “자유롭게” 결합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가 미국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라고 슬라보이 지젝이 비꼰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러한 자유는 미국이라는 ‘매트릭스’ 내부의 성, 인종 그리고 계급에 의해 만들어지는 주변과 나머지 세계의 불평등을 대가로 유지되는 것이다.

■블록버스터 문화

할리우드가 세계 영화시장을 지배하는 방식은 블록버스터(대박)를 통해서이다. 영화적 형식이고 콘텐츠이며 동시에 제작ㆍ유통방식인 블록버스터는 3H(고비용 High Costㆍ고난도 테크닉 High-techㆍ고도의 위험 High-Stakes)로 유지된다.

그리고 이것은 다용도의 엔터테인먼트로 뮤직 비디오, 사운드 트랙 앨범과 TV 시리즈, 비디오, 비디오 게임, 테마 파크, 소설, 만화 등으로 동시 유통된다.

‘십계’(56년)와 ‘사운드 오브 뮤직’(65) 같은 블록버스터들이 있었지만 뉴 할리우드의 진정한 블록버스터는 ‘조스’(75)로부터 시작한다. 처음 350만 달러의 제작비를 예상한 죠스에는 로봇 상어를 만드는 데만 300만 달러가 들었고 홍보에 250만 달러가 투입됐다.

그러나 75년 한해 수입으로만 1억250만 달러가 들어왔다. “대박 영화의 미덕은 예측 불가능한 흥행 수입에 있다”는 55년도 포춘지의 예언이 실현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러한 대박 문화는 주식 투자와 같은 개별화된 투자 문화와 결합돼 투기 자본주의의 불꽃놀이처럼 화려하지만 또 순간에 사라져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할리우드 대 비할리우드의 지난 1세기 동안의 경쟁의 결과 비할리우드에서도 이제 그 지역의 대박 영화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점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나 인도의 발리우드, ‘수리요타이’와 같은 태국의 대박 영화 등이 할리우드 영화를 누르고 지역 흥행을 장악했다는 소식은 이제 하나의 패턴을 이루고 있다.

이 새로운 지역 대박 영화들이 할리우드의 그림자 안에서 만들어진 복제품인지 아니면 토산품인지 혹은 뉴 할리우드에서 배울 것만 용케 배운 후 한국, 인도, 태국 등의 역사와 사회에 주의 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각 지역 영화 산업의 할리우드에 대한 도전이 이미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아메리카 핸드북

요즘 미국에서는 케이블 TV 가입자도 주춤하고 음반 시장은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반면 유독 영화만 뜨고 있다. 일각에서는 9ㆍ11 테러가 할리우드의 주가를 올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놀이공원의 손님도 별반 다를 바 없는데 유독 지난해 극장 관객만 20%가 늘었다. 미국 영화 관계자들은 ‘가족 영화’를 그 첫째 이유로 꼽는다.

6~8월 미국에서 개봉했거나 개봉 예정인 영화 40편이 우리나라로 치면 ‘12세가’나 ‘전체가’에 해당하는 PG 또는 G 등급으로 최근 2~3년간 같은 등급의 작품수가 30편 안팎이었던 것에 비하면 많이 늘었다.

현재 미국 극장가의 주요 가족 영화는 ‘아이스 에이지’ ‘스쿠비 두’ ‘스튜어트 리틀 2’ ‘스피릿’ ‘스타 워즈:에피소드 2’ ‘라이크 마이크’ ‘릴로 앤 스티치’ 등등. ‘진주만’ ‘미이라 2’ ‘A.I’등 13세 이하 부모 동반요망(PG-13) 등급 영화가 쏟아졌던 지난해와 대조된다.

주요 스튜디오들은 여름 영화시장에서 가족 영화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상반기 극장 수입은 이미 전년 동기 대비 20%가 증가해 50억 달러를 넘어섰다.

가족 영화의 강점은 MGM 창립자 새뮤얼 골드윈의 말처럼 “티켓을 2장 파는 것보다는 4장 파는 것이 낫다”는 점에 있다.

가족 영화 붐은 올 여름 유행으로만 그칠 것 같지는 않다.

미국과 영국의 주요 출판사들이 ‘제 2의 해리포터’ 발굴에 나섰고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마이클 섀본( ‘서머 랜드’)을 비롯해 이사벨 알렌데(‘시티 오브 더 비스트’), 칼 히아슨(‘후트’), 클리브 바커(‘아바라트’) 등 유명작가들이 10~14세 연령층을 위한 신작을 대거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히트작을 할리우드가 영화화할 것은 자명한 사실.

영화제작자들은 17세 미만 부모 동반(R) 등급 영화가 쏟아졌던 1975~2000년 극장 관객이 인구증가율(25%)에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20% 증가)을 낸 데 주목해 가족 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차 없이 개봉되는 우리나라에도 미국식 가족 영화의 물결은 이어질 전망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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