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신당논의를 8ㆍ8 재보선 후로 넘겼으나 당 내에선 이미 신당 창당 불가피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인제(李仁濟) 전 상임고문계를 중심으로 한 반노(反盧) 그룹뿐만 아니라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 등 노 후보에 우호적인 당내 개혁세력조차도 신당론에 상당히 적극적이다.그러나 신당 추진 주체 및 추진 방식, 신당의 형태, 노 후보의 지위 문제 등에 대해선 당내 각 세력들이 여전히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8ㆍ8 재보선 후 본격적으로 불붙게 될 신당 정국을 앞두고 당내 계파들이 주도권 쟁탈을 위한 ‘몸 풀기’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 신당론이 몰고 온 세력재편=가장 뚜렷하게 감지되는 움직임은 민주당내 주류의 세분화와 주류ㆍ비주류의 접근 현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 후보-한 대표 연대로 상징되던 범 주류가 한 대표의 ‘백지 신당’발언 후 아직 균열 상태를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김근태 이해찬(李海瓚) 임채정(林采正) 이상수(李相洙) 김영환(金榮煥) 의원 등 노 후보를 지지해 왔던 일군의 개혁세력이 신당론과 관련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주류의 세분화를 가속화 시키는 요인이다.
한 대표계와 독자적 개혁세력군은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있으나 신당에서의 대선후보 재선출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노 후보의 기득권을 옹호하려는 친노 직계세력과는 구분된다.
한 대표계를 비롯한 핵심 주류가 필연적으로 노 후보의 기득권 포기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신당론을 먼저 공식화한 것은 대선후보 재선출 필요성을 언급해 온 비주류ㆍ중도 세력의 주장을 수용한 측면이 있다.
때문에 현재 노 후보에 대한 지지 강도에 있어서는 한 대표계가 비주류ㆍ중도 세력에 비해 훨씬 강하지만 신당 논의 과정에서 주류와 비주류가 연합한 새로운 주류가 형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주류ㆍ비주류 접근 움직임은 노 후보의 선(先) 사퇴를 주장해 온 반노 이인제(李仁濟) 전 상임고문계열의 인사들까지 포용의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인제 전 상임고문이 최근 ‘민주당 해산’을 주장, 한 대표의 헤쳐모여식 신당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신당에서의 노 후보 입지를 배려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주류와의 연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노 후보의 ‘탈 DJ’행보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온 동교동계가 신당에 관해서는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특기할만한 대목이다.
◆ 노 후보측의 대응=민주당 틀 내에서의 대선후보 재경선, 개혁세력 영입을 통한 재창당 형식의 신당을 선호하고 있는 노 후보 직계세력은 당내의 여타 신당론자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에 있다.
그러나 노 후보측은 당내 다수인 신당론자들은 희망과 기대에 바탕을 둔 신당 창당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그 현실성이 벽에 부딪혔을 경우, 당내 세력 판도는 한번에 역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신당에서의 대선후보 재선출 국면으로 가더라도 독자적 개혁세력군과 한 대표 계열의 인사들은 다시 노 후보를 대선후보로 지지해 줄 것이라는 점도 노 후보측의 믿음이다.
노 후보측은 지지도에 있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후보를 제외한 다른 경쟁자가 대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신중한 입장에서 신당 논의를 잘 관리해 나가면 대선에서 기회를 잃는 일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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