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대학과 공동으로 연구하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공동 조사를 갔더니 첫 조사 때 만나 예사롭지 않은 눈길을 보낸 두 연구실의 남녀 대학원생이 연구가 종결되는 즈음에 결혼을 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모두들 연구결과 이상의 보람 있는 결실이라고 축하를 했지요.나무를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한참을 고민하던 중 창 밖의 화사한 자귀나무 꽃송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고운 명주실타래를 잘라놓은 듯한 자귀나무 꽃을 따서 말리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깨끗한 갈피에 말려 결혼선물을 할 생각입니다.
향기로운 자귀나무 꽃을 말려 베개 속에 넣어두면 향긋한 꽃 향으로 머리가 맑아진다고 하지요.
게다가 예전에는 현명한 아내들이 바깥일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은 채 돌아온 남편에게 술상을 내며 이 꽃잎을 띄웠다고 합니다.
그윽한 꽃 향기, 아름다운 꽃, 무엇보다도 자신을 깊이 이해하는 아내의 마음이 담긴 술잔에 술을 마시면 어떻게 마음이 풀리지 않겠습니까? 세상살이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이만큼씩만 따뜻한 배려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긴 자귀나무는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 등의 별명이 있었죠. 예부터 신혼부부 방 창가에 심어 부부의 금실이 좋기를 기원하곤 하였답니다. 그 이유는 밤이면 펼쳐져 있던 작은 잎들이 서로 합해져 붙어버리기 때문이라지요.
그래서 자귀나무의 작은 잎들은 아까시나무처럼 끝 부분에 하나가 남지 않고 양쪽이 똑같은 짝수입니다.
이를 학술적으로는 수면운동이라고 합니다. 미모사와 같은 식물은 톡하고 건드리면 작은 잎의 자루 아래쪽에 있는 세포에 많은 물이 저장되어 있어 꼿꼿함을 유지하다가 자극을 받으면 순간 수분이 빠져나가 팽압이 감소하면서 잎이 닫혀지게 됩니다.
자귀나무의 수면운동은 닿기만 하면 잠드는 미모사의 수면운동과는 성질이 조금 다른 것으로 외부의 자극 없이 일어나는 운동입니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눈에 보이는 기계적인 자극이 아닐 뿐, 온도나 빛처럼 사람보다 식물이 더 민감하게 느끼는 자극이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왜 수면운동을 할까요? 우선 낮에는 광합성을 해야 하므로 최대한 잎의 면적이 넓은 것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이야기는 좀 달라지지요. 잎이 넓으면 폭풍우와 같은 자연적인 재해, 잎을 먹는 초식동물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죠.
이를 대비해 최대한 움츠려 방어 태세를 갖추는 것이죠. 더욱이 밤에는 양분을 만들 수도 없는데 잎의 표면적이 넓으면 증발산을 통해 나가는 에너지나 수분이 많아지니 이를 막아보자는 뜻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름은 왜 자귀나무일까요? ‘자는 데 귀신 같다’ 해서 붙여진 것이 아니냐는 학교 때 은사님의 농담이 그럴듯하게 느껴집니다. 새로 결혼하는 두 분과 이땅의 모든 부부들이 자귀나무처럼만 향기롭고 아름다우며 지혜롭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이유미ㆍ국립수목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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