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제학과 정갑영교수가 쓴 ‘열보다 더 큰 아홉’은 우리가 어렵게만 생각하는 경제학이론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경제학 가이드 북이다.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열 보다 더 큰 아홉’이라는 제목이 우선 관심을 끌었다. 언뜻 보기에 이해 할 수 없는 말이라 더욱 그랬다. 하지만 책을 펼치고 몇 장 넘기지 않아 나의 궁금증은 쉽게 풀리고 말았다.
“농부가 쌀 9가마를 수확한 지난해보다 10가마를 거둬들인 올해 시장에서 공급과잉에 의한 쌀 가격의 폭락으로 오히려 수입이 줄었다”는 아주 평범한 예에서 제목의 의미를 간파할 수 있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처럼 때로는 큰 것보다 작은 것이 더 큰 가치를 지닐 수도 있다는 경제학의 원리를 배우는 계기도 됐다.
저자는 시종일관 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통해 우리가 무의식 중에 지나치고 마는 경제이론을 아주 쉽게 일깨워주고 있다.
나비 한 마리의 날개 짓이 폭풍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자연현상으로 1930년대 대공항과 97년의 외환위기를 설명하고, 영화관의 조조할인을 통해 가격차별화의 개념을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가 궁금해 하고, 알고 싶었던 정치, 사회, 문화적 현상들을 경제이론을 토대로 물 흐르듯이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의든 타의든 경제라는 테두리 안에서 생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히 경제가 어렵고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경제의 원리를 깨닫고 실천하려는 데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아주 작은 일들을 통해 경제를 이해하도록 하고, 사회의 한 경제주체로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경제적 삶의 지혜를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경제의 핵심이라는 금융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도 경제는 언제나 복잡하고 난해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경제는 결코 어렵거나 멀리 있지 않다”는 지혜를 얻은 것 같아 기쁘다.
경제를 제대로 읽으려면 단순한 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를 같이 되새겨 보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 것도 나에겐 커다란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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