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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디지털경제의 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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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디지털경제의 험로

입력
2002.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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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인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존재이유”, “소비자보다 오프라인 서점을 위한 악법”인터넷 서점의 할인 폭을 최대 10%로 규제하는 출판 및 인쇄진흥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서는 논쟁이 뜨겁다.

네티즌이나 인터넷서점은 책을 값싸고 편리하게 구매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라며 새 법률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소비자와의 온라인 직거래를 통해 복잡한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가격인하 혜택을 가져오는 것이 인터넷 비즈니스의 생명인데, 이를 막는다면 디지털 경제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새 규정은 물론 오프라인 서점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오프라인 서점들은 20~30%대에 이르는 인터넷서점의 가격할인 공세에 고사위기를 맞고 있으며, 인터넷서점의 가격할인을 예상해 출판업체측이 아예 책값을 높게 책정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도 득이 될게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같은 논쟁은 기존 산업의 틀을 깨는 온라인 비즈니스와 기존 질서 파괴를 막으려는 굴뚝산업의 이해충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음반업계와 소리바다의 대립과 함께 이번 사건을 산업 사회에서 디지털사회로 넘어가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괴리현상이자 패러다임 갈등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를 법이나 제도로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최근 네델란드 법원은 주목할만한 판결을 내렸다.

네델란드 법원은 지난해 디지털저작권과 관련해 소리바다 같은 개인대 개인(P2P)사이트의 운영을 중지하는 판결을 내렸다가 최근 판결을 뒤집었다. 기존의 법이나 규범으로는 첨단 디지털기술과 문화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따라서 정부의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전통산업과 첨단산업 종사자들 사이에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이번 법률개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최연진 경제부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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