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여윈 5남매의 눈물겨운 생활기를 그린 SBS 일일드라마 ‘오남매’(극본 이희우, 연출 곽영범)는 1960년대가 배경이다.한국전쟁이 끝나던 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극중 막내 호식(여현수)이 지금 대학 1년생이니 따져보면 1965~67년쯤 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구식 전화기, 벽에 붙은 영화 포스터, 검은 중고 지프, 철제 빙수기 등도 60년대 것이다. 드라마 기획안에도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5남매의 가족애를 그린다’ 라고 써있다.
그러나 드라마를 꼼꼼히 보면 제작진의 시대감각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요즘 서울을 배경으로 한 미니시리즈를 보는 것 같다. 7월30일 방영에서 행인들 모습이 잠깐 비춰졌는데 한눈에 봐도 요즘 패션에 요즘 헤어스타일이다.
결정적인 것은 극중 사진작가 정임(김미희)이 든 손가방. 눈썰미 있는 한 네티즌은 이를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독일제 MCM 제품”이라고 꼬집었다.
31일에서도 현대의 소품과 배경이 대거 등장했다. 정임이 타고 나온 지프는 다름아닌 지붕 없는 컨버터블형. 서울에 전차가 다니던 시절에 컨버터블형 지프는 아무리 부잣집 것이라 해도 넌센스이다.
남자 주인공 정식(최철호)과 우아하게 드라이브를 즐길 때 스쳐가는 집들도 요즘 빌라이고, 다방에서 커피를 마실 때 바깥 도로에 지나가는 차도 요즘 것이다. 모든 게 현재인데 등장인물들 차림만 60년대 복고풍이다.
드라마 소품이 완벽하게 극중 배경과 맞아떨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시청자의 과거 향수에 기댄 시대극이라면, 그 과거에 몰입하게끔 하는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을까. 70년대 소품 보는 재미가 쏠쏠한 KBS1 일일드라마 ‘당신 옆이 좋아’까지는 안되더라도 말이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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