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8월3일 폴란드 출신의 영국 소설가 조지프 콘래드가 67세로 작고했다. 콘래드는 여러 가지 점에서 특이한 작가다. 우선 그는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본디 폴란드 영토였다가 제정 러시아의 지배를 받게 된 우크라이나의 베르디체프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차례로 잃고 외숙부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그가 부모를 잃은 것은 아버지의 독립 운동 때문에 가족 전체가 유배되었던 북부 러시아에서였다. 고아 체험, 유형지 체험은 이후 콘래드의 생애와 작품에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
콘래드는 또 38세에 이르러 등단한 늦깎이 작가다. 17세 때인 1874년 마르세유에서 견습선원으로 처음 원양어선을 탄 이래 1895년 처녀작 ‘올메이어의 우행(愚行)’을 발표하기까지 20년간 프랑스와 영국의 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 체험이 반영된 ‘나시서스호의 흑인’ ‘로드 짐’ 같은 작품 덕분에 콘래드는 해양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꼽힌다. 콘래드는 또 20대 이후에야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 영문학사에서 버젓한 자리를 차지한 아웃사이더 작가이기도 하다.
콘래드 문학을 떠받치는 정신은 도덕에 대한 집요하고 섬세한 탐구다. 말레이 군도를 배경으로 인간의 윤리 규범과 죄의식의 문제를 천착한 ‘로드 짐’이나 가상의 남아메리카 국가 코스타구아나를 배경으로 남성들의 낭만적ㆍ관념적 도덕의 허구성을 파헤친 ‘노스트로모’ 같은 장편들이 그 예다. 19세기 말 벨기에령 콩고를 배경으로 커츠라는 상아 수집가의 얘기를 그린 중편 ‘어둠의 오지’는 최근의 탈식민주의 문학이론가들도 즐겨 인용하는 텍스트다. 콘래드는 이 작품을 통해 식민주의의 참상을 비판한 진보적 작가라는 평과 더불어 흑인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묘사한 극단적 인종주의자라는 평도 받았다.
고종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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