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투자자가 밀려들던 영화계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그동안의 불황을 탈출하겠다고 여름시즌을 벼르던 음반업계 역시 뜻하지 않은 악재가 겹쳐 더욱 더 움츠려 들고 있다.■영화투자, 몸 사리기
영화투자가 줄어든 것은 잇따른 흥행실패 때문이다. 연초 ‘복수는 나의 것’ ‘피도 눈물도 없이’ ‘휴아유’ 등 20억~ 30억원짜리 영화들에 이어 블록버스터들도 대부분 실패를 맛보았다.
그나마 76억원을 투입한 대신 230만명을 동원한 ‘2009 로스트 메모리즈’, 60억원에 170만명인 ‘챔피언’은 제작비라도 건졌다. ‘예스터데이’(48억원에 35만명), ‘아 유 레디?’(80억원에 6만2,000명)는 재앙을 만났다.
‘아 유 레디?’의 투자사인 KTB는 투자운영 책임자를 내보냈고, 신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대형 투자사들도 상반기에 입은 손실 때문에 신규 투자에 몸을 사리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비교적 우량한 CJ엔터테인먼트와 씨네마서비스 역시 적잖은 액수의 손실을 입어 투자에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그는 올 상반기 2,000억원 규모의 영화 펀드가 입을 손실이 20% 내외라고 분석했다.
당연히 창투, 벤처자금이 위축되면서 영화에 투자를 시도하려던 은행 자금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 풍성한 자금을 믿고 무모한 프로젝트에 마구잡이로 투자를 해 온 영화계로서는 자업자득인 셈.
외국과 달리 한국영화는 제작기간과 회수기간이 비교적 빨라 하반기에 흥행작이 많이 나오면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는 있지만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다.
■가요시장, 3중고
한여름 음반시장이 꽁꽁 얼어 붙었다. 2000년부터 본격화한 불황에 이은 검찰수사에 네티즌들의 음반불매 움직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검찰수사가 한 달을 넘기면서 대형 음반기획사는 물론 군소 기획사와 유통사까지 개점 휴업 상태. 대부분 오너중심체제라 사장이 잠적한 회사는 결재와 유통망 관리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영화를 준비 중이던 도레미미디어 산하 도레미픽쳐스가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SM 엔터테인먼트도 대주주인 이수만씨가 미국에서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다 김경욱 대표까지 구속되는 바람에 자금확보에 애로가 많다는 소문이다.
당연히 음반 출시가 미루어지고 있다. 월드컵 축구대회 이후 300여장이 쏟아질 예정이었으나 7월에 나온 음반은 검찰수사 이전부터 준비했던 성시경 문희준 김현정 정도.
8월에도 강타와 장나라가 예정돼 있을 뿐이다. 이러다 보니 뜻하지 않게 반사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다. 7월 초 발매된 쿨의 새 음반은 50만장을 넘겼다. 일주일전 2집을 낸 성시경도 하루 주문량이 1만5,000장에 달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음반시장의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
여기에 31일부터 소리바다가 검색서비스를 중단해 사실상 MP3 파일을 교환할 수 없게 된 네티즌들이 음반불매 운동을 구체화할 경우 음반산업은 회복하기 힘든 불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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