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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여자…소녀적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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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여자…소녀적 환상

입력
2002.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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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어머니라는 거대한 산을 넘을 때 비로소 성장한다. 디자이너 노승은씨에게 어머니이자 패션계의 대선배인 디자이너 진태옥씨는 오랫동안 참으로 넘기 어려운 산이었다.창조적 생산성을 중시하는 패션계에서 어머니의 후광은 노씨에게 손쉬운 데뷔무대를 마련해준 반면 개인의 역량을 깎아내리는 역효과도 가져왔다. 사랑하지만 밟고 넘어서야 하는 이율배반.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의 바 ‘로 스포소’에서 열린 노씨의 추동복 컬렉션은 그 모순의 세월을 건너 홀로서기에 나선 자의 조심스러운 당당함을 엿보게 하는 자리였다.

‘블루 벨벳’으로 이름 붙여진 컬렉션에서 노씨는 소녀의 미묘한 관능미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검정색 벨벳 재킷과 영국 시골풍의 꽃무늬 셔츠, 발목까지 길게 내려오는 시폰소재 목도리를 두른 모델 배두나는 짙은 눈썹화장과 마치 조각상 같은 헤어스타일로 중성적이면서도 꿈결같이 사라지기 쉬운 부드러움을 표현해냈다.

빈티지 감각의 모피재킷들과 큐빅을 달아 화려함을 더한 블라우스, 바닥에 끌릴 만큼 긴 바지들은 핀턱을 잡은 데다 통을 넓게 처리해 하체를 따라 흐르는 듯 했고 자수를 넣은 원피스는 몸을 조이지 않으면서 연약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진태옥씨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담는데 성공한 컬렉션. 글램록 시대 스타들을 담은 영화 ‘벨벳 골드마인’의 환상과 상처가 어우러진 공간이 재창조된 듯한 느낌이었다.

100여명의 패션 관계자들과 함께 쇼를 지켜본 어머니 진씨는 “이제야 노승은식 스타일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찢어진 청바지에 하얀색 셔츠 차림으로 무대인사를 한 노씨는 “중세와 현대, 소녀와 여자가 혼재하는 환상적인 이미지들을 옷에 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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