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치권에는 전날 장상(張裳)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네 탓 공방’이 치열했다.한나라당은 “지도부는 부결까지는 원치 않아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며 “민주당의 이탈표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단, 주요 당직자, 총무단 등 최소 30명 이상이 부결에 따른 정치적 여파를 감안해 찬성했다”고 강조했다.
42년만의 총리 공백 사태에 대한 책임론과 여성계의 반발 등을 의식한 방어막이다. 그러나 이는 동의안 부결을 ‘대통령의 파행 인사를 질타하는 국민의 뜻’이라고 밝힌 대변인 성명과는 모순된다. 인준 반대 의견이 다수로 나타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 부결을 정당화하려 했던 모습과도 너무 다르다.
이런 이중적 태도는 스스로의 결정을 본의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연도 아닌 ‘이상한 현상’으로 희화화한다. 더욱이 투표 결과가 예상과 다르다고 해서 공개적으로 “진의는 아니었다”며 모처럼의 명실상부한 자유투표에서 나타난 의원들의 뜻을 폄하하는 지도부의 언급은 볼썽사납다.
처음부터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결과가 드러난 이상 그런 선택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당당히 알리고 혹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고 나서는 것이 공당의 자세다.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정치적 고려는 조용히, 내부적으로 할 일이다.
국회가 마치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른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민주당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독선이 국정의 혼란과 표류를 불렀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그러나 국회에 상정된 임명동의안은 표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가결될 수도, 부결될 수도 있다. 첫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단지 그런 이유로 임명동의안 통과를 기정사실화했다면 국회의 기능과 국민의 눈을 무시한 오만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금 국회의 권위와 정치의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유성식 정치부 차장대우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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