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5조원이 넘는 재벌들의 소유구조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문어발식 확장도 여전하다는 그제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는 정부의 재벌 정책이 구두선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정부는 삼성 LG SK 등 거대 재벌의 1인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해 4월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제도를 부활시켰다. 재벌들이 순자산의 25%를 넘는 출자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이 제도의 골자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나 뚜껑을 열어보니 재벌의 지배구조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었다. 12개 재벌이 경영권 장악을 위해 계열사를 동원, 다른 계열사 주식을 확보한 지분율은 4월 말 현재 37.8%로, 1년 전의 36.3%보다 1.5%포인트나 상승했다. 출자총액도 31조4,000억원에 달했으며,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한도초과 출자분은 3조4,000억원이나 됐다.
평균 영위업종 수도 지난 해 18.8개에서 올해 19.2개로 늘어나는 등 문어발식 확장도 여전했다. 도대체 재벌들이 출자총액제한제를 의식하고 있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재벌에 이 제도는 종이 호랑이에 불과했던 셈이다.
그룹 지분율이 0.5%에 불과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계열사 8개, 지분율 0.61%인 LG 구본무 회장은 9개, 2.51%의 지분율을 가진 SK 최태원 회장은 11개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지분율 4%에 불과한 총수 일가가 계열사 순환 출자를 지렛대로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왜곡된 소유구조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12개 재벌 기업의 321개 계열사 가운데 공개기업이 81개에 불과한 것도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재벌 계열사 4곳 중 3곳이 시장을 통한 감시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한도를 초과한 재벌 기업에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지배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감시와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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