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사회책임 투자펀드(Socially Responsible Fund)’가 이르면 내달말 발매될 전망이다.사회책임 투자펀드는 사회적ㆍ윤리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기업 리스트를 만들어, 이곳에만 투자하는 펀드로 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해 있다.
술, 담배, 무기, 도박, 반(反) 환경 관련 기업이나, 회계부정 등이 적발된 부도덕한 기업들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교보투신운용은 천주교ㆍ불교ㆍ개신교 단체들이 참여한 사회책임운동본부(이사장 함세웅 신부)와 공동으로 이르면 내달말 여성고용 비율이 높고, 성차별 정도가 낮은 기업들에만 투자하는 수익증권을 투자자들에게 발매할 예정이다.
펀드규모는 500억원 정도로 계획하고 있으며, 주식ㆍ채권 혼합형으로 운용할 예정이다.
교보투신은 이를 위해 교보증권 기업분석팀에 의뢰, 1차로 300여개 대상기업을 선정했다. 교보증권은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다시 기업별 여성고용 비율, 관리직중 여성비율 등을 조사해 이달중으로 최종 투자대상 리스트를 확정할 계획이다. 9월말께 펀드가 설정되면, 리스트에 오른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나 주식만을 편입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는 삼성투신의 ‘에코펀드’(환경단체 지원), 대한투신의 ‘키즈메디칼채권펀드’(북한 의료품 지원), 현대투신의 ‘한마음119펀드’(소방관 지원) 등 공익성을 가미한 펀드들이 있지만, 이들 상품은 운용사나 판매사의 수입중 일부를 공익기금으로 적립하는 식이다.
교보투신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펀드의 목표는 투자과정의 건전성보다는 최고 수익이라는 결과이다. 그러나 우리는 건강한 투자방식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는 새로운 실험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연이은 회계부정으로 내로라 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혐오감이 증폭되면서 사회책임 투자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30일자 다우존스에 따르면 사회적 책임을 모토로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들은 올 상반기에 자금 유입이 3.1%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다른 주식형 펀드들은 대규모 환매사태로 자산이 9.5%나 줄어들었다.
특히 미국 증시가 회계부정 논란에 휩싸였던 6월 한달 동안 일반 주식형 펀드에서는 127억 달러가 빠져나갔지만 사회책임 투자펀드에는 비록 적은 규모지만 5,000만 달러가 늘었다.
미국의 이들 펀드들이 편입을 금지하고 있는 리스트에는 필립모리스, 듀폰, 엑손 모빌, AOL타임워너, 보잉 등과 같은 대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물론 미국과 달리 기업 숫자가 적고, 기업들의 스펙트럼도 다양하지 못한 한국에서 사회책임 투자펀드가 성공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풍토에서 소위 사회적으로 건전한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되겠냐”며 “편입할 물량도 적을 뿐 아니라, 수익률이 떨어져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회책임운동본부 운영위원인 신화컨설팅 최정철 대표는 “각종 종교ㆍ사회단체의 기금 등 펀드에 대한 수요기반이 탄탄할 뿐 아니라, 투자기업 기준을 서서히 높여간다면 물량 확보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며 “특히 기업수익과 그 기업의 투명성ㆍ도덕성의 상관관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펀드 수익률도 낮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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