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서 현재 중단상태의 북미대화 재개에 합의한 것은 한반도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상은 그제 전격적인 비공식 접촉을 갖고 이같이 결정하고 또 이른 시일 내 미국의 대북특사를 평양에 파견키로 합의했다.이 자리에서 파월 장관은 부시 미 대통령의 대북 대화정책을 설명하고 북미대화가 재개되면 토의할 의제로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제네바합의 이행, 재래식 무기감축안 등을 제시했다. 회동직후 백남순은 양국간에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시아 차관보가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서해교전사태를 계기로 취소됐던 미 특사의 평양파견 재개는 미국과 북한간의 대화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됐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다자간 정치협상의 열린 무대에서 북한이 미국과 만나 대화를 재개하기로 한 결정을 존중하고 또 지지한다. 내친김에 북한은 더 이상 고립상태에서 머물려 하지말고 열린 사회로 나와 국제적 신뢰를 축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ARF 외무장관회의가 결과적으로 서해교전 사태로 냉각된 한반도 정세를 대화국면으로 전환시켰다. 북한의 이례적인 유감 표명이 주효했다. 미국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화답을 보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회견을 통해 미국은 이라크와는 달리 북한 정권의 교체를 시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시 말해 북한체제가 타도의 대상이 아님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북한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자신들이 평화 파괴국이 아님을 알리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해교전과 같은 도발적 행위에 대해서는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아울러 북미, 북일 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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