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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 이을용 제1과제는 현지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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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 이을용 제1과제는 현지적응

입력
2002.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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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로 떠나는 이을용을 보면서 걱정과 기대가 엇갈리는 심정이다. 그래서 유용할 만한 조언을 전해주고 싶다.이을용과의 첫 만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항 코치로 일하던 시절 강릉상고 졸업반이던 그의 경기를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인 볼키핑과 패싱력이 돋보이는 선수였다. 입단을 제의했지만 그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포항에 오지 못했다.

대표팀을 이끌던 1998년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ㆍ중 친선축구에 그를 대표로 선발한 것이 두번째 인연이었다. 내가 이을용을 발탁하자 한 선배가 “그를 뽑은 이유가 도대체 뭐냐”며 나무라던 기억도 난다.

그는 확실히 국가대표=스타플레이어라는 공식에는 들어맞지 않는다. 고교졸업 후 한동안 축구를 그만 뒀다가 실업팀에 입단하는 등 비정상적인 경력을 쌓았다. 철저한 무명이던 그가 한일월드컵 이후 한국선수 최초로 유럽진출에 성공할 줄은 나조차 예측하기 못했다. 그의 터키행은 그래서 더욱 신선하고 많은 것을 일깨워주는 대사건이다.

이을용의 당면과제는 현지적응이다. 기량 향상보다 언어학습과 체력관리, 경기스타일 파악에 주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시아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던 김주성과 황선홍이 유럽에 뿌리내리지 못한 까닭도 결국 적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시절 나는 매일 저녁 TV로 유럽축구를 시청하며 느끼한 통치즈를 억지로 씹어먹었다.

경기 스타일을 읽고 체력저하를 막기 위해 궁리 끝에 체득한 습관이었다. 험난한 인생역정을 겪은 이을용은 남다른 근성과 생활력을 지니고 있어 터키 생활에 잘 적응할 것으로 믿는다.

나는 그가 터키리그를 발판삼아 빅리그에 진출하길 원한다. 한일월드컵에서는 왼쪽 윙백으로 활약했던 그가 소속팀 트라브존스포르에서 좀더 힘있는 플레이를 연마해 공격적인 미드필더로 활약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을용의 성공여부는 한국축구의 미래를 가늠할 잣대이기도 하다. 그는 학벌, 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실력만이 살 길임을 입증한 몇 안되는 한국선수이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을 이끌 버팀목이라는 사실이다.

/전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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