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3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이 제기한 신당론에 확실한 선을 그었다.간담회의 요지는 “후보 지위의 선(先) 사퇴는 결코 있을 수 없다”“대선후보를 흔드는 과거 회귀적 신당론에는 반대한다”는 것이어서 전날 한 대표가 제기한 ‘기득권을 포기한 백지 상태에서의 신당’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다.
노 후보가 전날 강한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이날 공식적으로 쐐기를 박고 나선 것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라는 해석이 많다.
노 후보와 한 대표는 1일 조찬회동을 갖고 신당론에 대한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지만 견해차가 만만치 않아 적잖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신당창당 문제에 대해 노 후보와 한 대표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눴음에도 결국 갈등 양상이 불거진 것 자체가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노 후보는 한 대표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백지상태에서의 신당론은 후보 지위의 선 사퇴를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 대표측은 선사퇴라는 용어 사용을 극도로 꺼리지만 신당창당이 노 후보의 지위상실 및 대선후보 재선출과 논리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바로 이 대목에서 한 대표의 신당론은 비주류의 노 후보 선 사퇴 주장과 결과적으로 같아진다는 것이 노 후보측 주장이다.
노 후보측은 도전자가 나타나면 재경선을 할 수 있다는 즉 ‘선(先) 도전자, 후(後) 재경선’입장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노 후보가 이날 “재경선은 민주당 틀 내에서 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이는 신당을 하더라도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위를 확고히 한 상태에서 재창당 형태의 신당을 검토한다는 의미여서 헤쳐모여식 신당과는 개념이 많이 다르다.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이제까지 다소 잡음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던 노-한 관계의 장래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갈등 양상에도 실상 노-한 관계는 신당창당이나 정계개편 국면에서 가장 기본적인 핵심 축이다. 또 노-한은 아직 서로를 위해 상대방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표가 이날 “당 재건을 위한 비장한 각오를 말한 것이지 노 후보와 이견이 없다”며 “1일 회동에서 말끔히 정리해 발표하겠다”며 수습 의지를 보인 것도 이런 분석과 무관치 않다.
노 후보도 이날 “한 대표를 신뢰하며 한 대표와 함께 갈 것”이라고 강조, 1일 회동에서 단기적이나마 수습안이 나올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