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신당론으로 시끄럽다. 한화갑 대표까지 공개적으로 '백지 상태에서의 신당 창당'을 거론함으로써 민주당의 신당론은 점차 대세로 굳어져 가는 인상이다.물론 당을 해체하거나 대통령 후보를 다시 뽑거나 하는 것은 민주당의 구성원들이 알아서 할 정치적 선택이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에서 왈가왈부하고 있는 신당 논의는 다분히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며 정당정치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신당론의 바탕에는 두 가지 근거가 깔려있다. 하나는 노무현 후보로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당 간판을 가지고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힘들다는 것이다.
우선 노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정치개혁의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국민경선제를 도입, 국민의 뜻에 따라 후보를 선출해 놓고 여론조사에서 뒤진다는 이유로 후보를 교체한다는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
그렇다면 일찌감치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할 게 아니라 대통령 선거 직전에 여론조사를 통해 당내에서 후보를 뽑거나 아니면 외부에서 영입할 일이었다.
또한 민주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당을 만든다는 것도 '간판'을 바꾸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외연을 확대한다'고 말하지만 현재의 정치현실을 감안할 때 신당창당은 허울에 그칠 공산이 크다. 비록 김대중 대통령이 탈당했다고 하지만 민주당은 현정권을 탄생시켰고 지난 4년반 동안 국정을 이끌어 온 여당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 정부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양 행동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설사 대통령 선거에서 지는 한이 있더라도 민주당의 이름으로, 노 후보가 당당하게 나서는 것이 옳다. 그것이 민주당으로서는 '큰 승리'를 얻는 것이며 길게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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