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 총리서리의 임명동의안이 끝내 부결됐다. 헌정사상 첫번째 여성총리가 될 뻔 했던 장상씨의 낙마는 그를 지지했던 여성계나 장씨 개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모두 국민의 뜻으로 알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최초의 인사청문회에서 장씨의 도덕성과 자질이 드러났고, 이제 국회의 표결로서 총리로서의 ‘최소한의 덕목’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가름 났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취지이고, 또한 총리의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둔 까닭이다.
특히 이번 일을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할 곳은 청와대다. 관례라고 하지만 당초 헌법 규정을 어겨가며 총리서리를 임명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던 것부터 오만한 태도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 또 총리 지명자에 대한 사전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쳤더라면 아들의 한국 국적포기, 위장전입, 학력 허위기재 등 기본적인 흠결은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일을 두고 단순히 ‘김대중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나 ‘야당의 정치공세’ 등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향후 공직자 인선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에 따른 국정운영의 혼선을 수습해야 할 사람도 역시 대통령이다. 임기 7개월을 남겨둔 이 시점에 대통령선거의 중립적 관리가 무엇보다 시급한 점을 감안, ‘신뢰 받는 내각’을 구성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연히 후임 총리를 선정하는데도 정치권과 국민의 여론을 살펴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현재의 내각이 끊임없이 중립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해 문제가 된 국무위원의 교체도 고려해야 한다. 5년 전에 이어 또다시 국민이 대통령 임기 말의 ‘국정공백 상태’를 불안해 하지 않게끔 김 대통령은 정말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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