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서 야단법석일 때다. TV 뉴스를 보니 강남의 아파트에 사는 주부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왜 강남에 사느냐는 질문에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서 좋다”고 대답했다. 다른 주민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경제적 수준, 사회적 지위나 학벌이 비슷해서 편하다는 뜻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듯 싶다. 이들은 또 다른 가상현실에 갇혀 있는지 모른다.
지나간 시대엔 어떠했던가. 나이 서른 중반만 해도 콩나물시루 같던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날 터이다.
내 기억으로도 한 반에 100명 가까이 북적대던 때가 생생하다. 같은 반에 소아마비 친구도, 언청이도 있었다. 깔끔한 모범생도, 코흘리개 지진아도 함께 있었다. 그 때는 교실이 ‘사회 현실’이었다.
교육환경이 척박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에 어떤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다시 그 지역으로 가보자. 그 곳 사람의 이웃은 모두가 잘나고 경제적으로 풍요롭다. 연말에 불우이웃 돕기를 하려고 학급에서 가장 가난한 친구를 골랐더니 그 아빠가 대기업 과장이며 30평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고 했다.
가난한 사람은 물론 장애우나 병약자도 보기 드물다. 이 곳에 사는 아이들은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우리 나라의 장애인 비율은 100명당 3명이 조금 넘는다. 그러나 장애인 시설도 노인 복지시설도 모두 외곽으로 밀려나 있다.
인터넷 공간이나 온라인 게임이 만들어내는 공간을 ‘가상 현실’이라고 한다. 요즘 부모들은 내 자녀가 혹시 인터넷 ‘가상 현실’에 갇혀 살고 있지 않은지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가상 현실의 전부는 아니다. 진정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라면 내 아이가 사회적 ‘가상 현실’에 살고 있지는 않은지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홍윤선 ‘딜레마에 빠진 인터넷’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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