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백남순)“멀리서 오셨습니다”(최성홍)
“(에어컨을 가리키며) 공기가 찹니다”(최성홍)
“너무 추운데요”(백남순)
3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장에서 만난 남북 외무장관은 알파벳 순서에 따라 바로 옆 자리에 앉아서도 별로 살갑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사람은 거의 하루 종일 나란히 앉아 있었으면서도 첫 대면에서 최 장관이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한 것 외에는 끝내 다정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사실 최성홍 장관은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백 외무상의 기피 인물 1호였다. 북측은 미측 언론 보도를 근거로 최 장관이 4월 방미에서 ‘미국의 대북 채찍 정책이 북한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고 주장하며 해임을 요구했다. 북측은 또 이를 빌미로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 특보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합의한 5월 제2차 경협추진위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첫 토론 주제로 한반도 정세가 제시되자 백 외무상은 최대 현안인 서해교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꼬리를 내렸다. 백 외무상은 “미국의 적대정책과 반테러 전쟁 때문에 한반도 정세가 악화했다”면서 북측당국의 통산적인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발언권을 이어받은 최 장관은 “서해교전은 53년 정전협정 및 6ㆍ15 남북 공동선언 정신 위반으로, 국제사회에 큰 우려를 유발했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이번처럼 불행한 사태를 완전히 해결해야(fully cleared away)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장관은 그러나 “북측의 유감표명과 대화제의에도 응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여 더 이상 백 외무상을 자극하진 않았다.
백 외무상 등 북측 대표단도 남측과 충돌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북측은 ARF 의장성명 중 서해교전 관련 내용에 대해 이의 없이 남측 안을 수용했다. 북측 김창국(金昌國)국제기구국 부국장은 "남북이 국제무대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자"고 우리측에게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백 외무상은 오후 회의엔 아예 불참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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