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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채널 타고오는 공포

입력
2002.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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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오싹하게 만드는 공포영화 2편닥치는 대로 사람을 난도질하는 ‘스크림’ 류의 슬래셔 무비(Slasher Movie)는 이제 지겹다. 올 여름 공포영화가 다시 귀신으로 돌아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억울한 영혼’이라는 고전적인 모습으로.

그렇다고 소복 차림에 헝클어진 머리로 이 집 저 집을 날아다니지 않는다. 그들도 세상에 ‘길’이 많아졌음을 안다.

휴대폰(‘폰’)도 있고, 인터넷 망(‘피어 닷컴’)도 있고, 이식 수술한 각막(‘디 아이’)도 있다. 귀신들도 인간이 만들어 놓은 현대 첨단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할 줄 안다.

■피어닷컴

뉴욕에서 사망사고가 이어진다. 시신에는 특별한 타살 흔적도 없다. 공통점이라면 출혈과 함께 얼굴에 엄청난 공포의 흔적이 있다는 것 뿐. 아파트 욕조에서 죽은 여자의 살인 용의자로 연행된 청년조차 공포에 질려 곧 죽고 만다.

형사 마이크(스티븐 도프)와 보건국 조사원 테리(나타샤 멕엘혼)가 사건을 맡는다. 단서는 청년이 셀프카메라로 찍은 비디오테이프와 그가 죽으면서 벽에 쓴 ‘48’이란 숫자.

테리는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인터넷을 즐기는 상관이 비슷한 공포에 질린 채 자동차로 건물 벽을 들이박아 죽자, 컴퓨터를 의심한다.

마이크의 동료인 컴퓨터 프로그래머 드니스를 통해 희생자들이 모두 ‘피어닷컴(feardotcom)’이란 사이트를 접속했다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그 사이트를 접속한 드니스 역시 엄청난 공포에 시달리며 죽고 만다. 도대체 그 사이트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공포영화 ‘피어닷컴’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새로운 문명에 대한 비판이다. ‘추리극 형식을 통해 공포를 극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가 억울한 귀신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한 미치광이 의사가 사람을 납치해 온갖 끔찍한 고문 끝에 살인을 자행하고, 스너프 필름처럼 그 장면을 실시간으로 ‘피어닷컴’에 올린다. 왜? 사람들이 원하니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희생자가 누군지, 고문이 잔인할수록 더 짜릿해 한다”고. 실제 납치한 여자를 점점 잔인하게 고문할수록 ‘피어닷컴’의 접속자 수는 엄청나게 증가한다.

그 때문에 억울하게 희생된 인간의 영혼이 인터넷을 타고 나타나 억울한 진실을 밝히고, 죄지은 자를 벌하라고 요구한다.

그것을 외면하고 컴퓨터를 가학적 쾌락의 편리한 도구로 삼는다면 당신에게도 분명 저주가 내리리라. ‘헌티드 힐’에서 뛰어난 시각효과를 보였던 윌리엄 말론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현란한 이미지 기법으로 공포심리를 잘 살려냈다. 8일 개봉. 18세 관람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디 아이

눈만 뜨면 귀신이 보인다. 거울에 얼굴을 들이대면 다른 사람이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 누가 죽을지도 안다….

이런 능력은 축복이 아니라 오싹한 저주다. ‘디 아이’(감독 팽 형제)는 저주받은 시각장애인 여성을 통해 색다른 공포체험을 안겨준다. ‘꼼짝 말고 봐!’ 라는 첫 장면의 자막으로 극장에는 으스스한 바람이 분다.

각막 이식수술을 받아 20년 만에 처음으로 세상을 보게 된 문(안젤리카 리).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영상들은 낯설고 두려운 것 투성이다. 아무리 눈을 감아도 따라오고, 귀를 막아도 소리는 들린다.

간 떨어지게 만드는 효과음은 여자가 보는 헛것과 함께 관객의 가슴을 쿵쿵 두드린다. 문은 몽유병 환자처럼 낯설고 무서운 이미지를 따라 떠돈다.

그것은 시체가 된 할머니이기도 하고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이 모습이기도 하다. 그녀의 눈에 검은 옷을 입은 귀신이 찾아올 때마다, 산 목숨은 시체로 변한다.

문에게 ‘본다’라는 건 이제 축복의 동사가 아니라 저주의 동사다. 관객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신체 일부가 훼손된 귀신과 함께 좁은 공간인 엘리베이터에 갇히면 관객들은 극장 밖을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과연 ‘꼼짝 말고’ 볼 수 있을까.

관객은 아파트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기 집까지 올라가는 짧은 길이 그토록 멀고 무서운 길이 될 수 있음을 알고 경악한다.

팽 브라더스는 거칠고 원시적인 효과음과 원색의 강렬한 빛을 활용해 공포의 효과를 높였다.

한국 전래의 귀신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있고, 영화 후반부에서 밀어붙이는 힘이 떨어지긴 하지만. ‘첨밀밀’의 진가신 감독이 제작했다. 15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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